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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위공직자 다주택 처분 않는데 부동산정책 신뢰 받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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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위공직자 다주택 처분 않는데 부동산정책 신뢰 받겠나

입력
2018.03.29 19: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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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참모진과 장관급 인사들 70명 중 25명이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9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재산등록 현황에 따르면 청와대 참모 52명 중 15명이 자신과 배우자 명의로 두 채 이상의 집을 소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관급에서도 다주택자가 10명에 달했고,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국토교통부는 1급 이상 공직자 9명 중 4명이 다주택자였다. 다주택 보유 고위공직자 중 상당수는 서울 강남3구와 세종시 등 정부가 지정한 투기과열지구에 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자 비율은 국민 전체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이번에 공개된 청와대 참모와 장관급 인사들의 다주택자 비율은 35%였고, 지난해 말에는 정부 1급 이상 고위공직자 40%가 다주택자라는 통계도 나왔다. 국내 주택소유자 중 다주택자 비율이 15%인 것에 비하면 두 배가 훨씬 넘는다. 국민 보기에 민망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고위직 다주택자 가운데는 살던 집이 안 팔렸거나 노후에 살 주택을 마련해 놓는 등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급 이상 고위직은 경제정책을 비롯해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정책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다주택 보유를 예사로 보기 어렵다. 더구나 현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부동산 투기 수요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서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정책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해 8ㆍ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면 배신감이 든다는 이들도 있다.

한심한 건 지난해부터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가 논란이 됐는데도 여유 주택을 처분한 이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서울 홍은동 사저를 매각하며 모범을 보였지만 다주택자 꼬리표를 뗀 공직자는 몇 명 되지 않는다. 국토부의 경우 고위직 다주택자 6명 중 집을 팔고 1주택자가 된 경우는 김 장관과 제1차관뿐이다.

정부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10명 중 8명가량이 지난 한 해 동안 재산이 늘어났다. 대부분 소유한 부동산의 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역시 전체의 41.5%인 119명이 다주택자였다. 국민 절반가량이 자기 소유 집이 없는 현실에서 부동산 재테크로 재산을 축적한 고위층을 보는 서민들의 박탈감이 어떨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들이 서민들 편에 서서 고충을 덜어주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위공직자들부터 다주택을 먼저 처분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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