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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부회장 구속이 구시대적 행태 근절의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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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부회장 구속이 구시대적 행태 근절의 계기 되길

입력
2017.02.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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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파가 만만치 않다. 삼성그룹의 동요나 위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만하다. 그룹 전체의 연간 매출액이 300조원에 달하고, 개중에서도 삼성전자는 국내 제조업 매출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간판 글로벌기업이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상태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은 사실상 사령탑을 잃어버린 셈이다. 1938년 삼성 창사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앞이 캄캄하다”는 삼성의 짤막한 반응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15개 기업을 사들였다. 그의 리더십 아래 삼성은 갤럭시 노트7 파동에도 견뎌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수감된 상태에서 앞으로 삼성은 대형 기업 인수합병이나 신사업 발굴 등 공격경영을 하기가 쉽지 않을 모양이다. 당장 삼성 내부의 인사ㆍ채용이나 경영계획 수립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등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도 당분간 중단될 수밖에 없다.

브랜드와 기업가치 하락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는상황에서 부패 기업이란 이미지가 덧씌워질 경우 국제적 신뢰 추락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부회장의 범법 여부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밝혀지겠지만, 구속만으로도 이미지 타격은 클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추어 삼성의 경영 공백은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우선 걱정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 부진 속에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안보위기 고조 등 크나큰 대내외 악재에 가로막혀 있다”며 “한 기업인의 구속과 기업 이미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전체 기업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고 기업가 정신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할 만하다.

물론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은 구태 청산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이윤을 늘리거나 권력의 압력에 무조건 굴복해온 행태를 모두 근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노력은 유착의 당사자인 기업과 권력 양쪽에서 동시에 진행해 마땅하다.

더 이상 황제경영이나 정경유착이 통하지 않는 시대이고, 탄핵 정국으로 기업을 보는 국민의 눈길도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그런 사회 변화에 걸맞게 경영권 승계와 소유ㆍ지배구조 등 기업경영의 전모가 국제기준에 맞는 투명성을 획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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