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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인사회 'TV패드 저작권 침해' 소송전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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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인사회 'TV패드 저작권 침해' 소송전 시끌

입력
2015.05.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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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연결하면 세계 방송이 공짜

한국드라마 다시보기도 가능 '인기'

국내 방송3사가 판매업자 등 고소

기기 구입 식당도 피소… 파산 우려

"고국 방송 시청이 잘못인가" 하소연

한인들 비용 부담 커서 합의 움직임

미국 한인사회가 TV패드 저작권 침해 논란으로 벌어진 송사로 뜨겁다. TV패드란 중국CNT사가 제작한 셋톱박스로 이 기기를 TV에 연결하고 인터넷에 접속한 뒤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하면 전 세계의 방송 콘텐츠를 실시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개당 300달러 안팎에 팔리는 TV패드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중국, 호주 등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문제는 신기술인 TV패드의 저작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점. TV패드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됐으나, 지난 3월 지상파 3사(KBSㆍMBCㆍSBS)가 TV패드 판매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한인사회에서 TV패드가 골칫덩이가 된 것은 지상파 3사가 국내에서보다 더욱 강력하게 저작권 침해 소송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월드컵, 올림픽 등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경기 시청은 물론 드라마 다시보기도 가능해 TV패드로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랬던 한인사회 동포들은 하루 아침에 저작권 침해 사범으로 몰려 힘겨운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2년 전 TV패드 판매업체 미디어저널을 인수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거주 동포 송두현(36)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지상파 3사 미주법인과의 저작권 침해 소송에 휘말린 끝에 올해 2월 사업을 접었다. 이미 변호사 비용으로 1억원 가까이 썼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송씨를 비롯한 TV패드 판매업자들은 소송 과정에서 “TV패드 자체는 아무런 프로그램도 설치돼 있지 않은 공기계인 데다, 사용자가 내려 받는 앱 유형에 따라 국제전화나 게임기, 방송콘텐츠 제공 등 용도가 바뀔 수 있어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릴 상대는 1차적으로 앱 제작자여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맞서 지상파 3사 현지법인은 “TV패드가 저작권 침해기기의 유통행위를 금지하는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 부정경쟁행위 관련 법률 등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일단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지상파 3사의 ‘TV패드 판매 및 사용금지 가처분명령’ 요청에 대해 “긴급 사안이 아니다”며 송씨 등 사업자 측 손을 들어줬으나, 방송3사 측이 본안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리공방과는 별개로 송씨 등 한인 판매업자들은 TV패드 제조업체는 내버려둔 채 한인타운의 소규모 판매업체를 상대로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전을 마구잡이로 벌이는 지상파 3사의 행태는 문제라고 호소하고 있다. 송씨의 경우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직원, 사무실을 임대해준 건물주, TV패드를 구입해 걸어둔 한식당 주인 등이 소송대상에 포함됐다. 그는 12일 “원제작자인 중국본사는 내버려둔 채 한인들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방송사가 곧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란 소문이 돌아 개인파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상파 3사 측은 가처분 소송 패소 이후 법률 대리인을 미 대형 로펌인 존스데이로 바꿔 본안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거대 로펌을 상대로 재판에서 이기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한인 판매업자들은 대부분 법정 공방을 접었다. 송씨에게 사무실을 임대해준 임모(50)씨는 “변호사가 이길 수 없는 재판이라고 해 최근 방송사와 5만달러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송씨 회사 직원이었던 김모(39)씨도 “변호사비용이 감당 안 돼 조만간 방송사와 타협점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TV패드를 걸어뒀다 피소된 한 냉면가게 주인은 3개월 전 가게 문을 닫고 잠적했다. 피소된 7명 중 2명은 여전히 법정공방을 고려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승산이 높지 않아 조만간 방송사와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송씨는 “한인들이 한국 방송을 시청하며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려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한 지상파 방송 현지법인 관계자는 “TV패드 범람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방송사당 3,000만~5,000만달러에 달해 소송이 불가피했다”며 “중국 제작사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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