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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최상위층 부유세

입력
2016.08.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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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부자들에겐 절세가 소득 못지 않게 중요하다. 과세표준 소득이 10억 원인 전문직이라 치자. 2014년 바뀐 소득세법에 따르면 연 1억5,00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는 38%의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최고세율 적용소득 8억5,000만 원에 대해서만도 3억2,300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든 의사든 기를 쓰고 실제보다 소득을 축소 신고하려고 현금 거래 등을 통해 소득을 탈루하고, 업무비용 처리를 최대화 하는 식의 ‘작전’을 벌이게 된다.

▦ 전문직이 이런데, 연간 소득이 적어도 수백 억 원에 달하는 억만장자나 재벌들은 어떻겠는가. 세계 어느 나라든 최상위층 부자들은 아예 회계ㆍ세무 전문가를 고용해 자산이든 소득이든, 감추고 줄이는 일에 돈 버는 일 못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다 보니 기술과 노력을 들인 만큼 억만장자들의 실질 소득세율은 줄어들었고, 오히려 평범한 근로소득자의 소득세율보다도 낮아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널리 퍼졌다.

▦ 이런 현실에 본격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이는 놀랍게도 그 자신이 손꼽히는 세계적 갑부인 미국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었다. 양심적 기부활동으로도 유명한 그는 2011년 8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 ‘슈퍼부자 감싸기 정책을 중단하라’에서 자신의 전년 실질 소득세율이 17.4%에 불과한 반면, 자신의 사무실 직원 평균 소득세율은 36%였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리고 연간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을 버는 부유층의 자본소득에 적용되는 실효세율이 적어도 중산층 실효세율 이상이 되도록 ‘세율 하한선’을 정하는 ‘버핏세’를 제안했다.

▦ 버핏세는 양심적 부자가 스스로 내놓은 부자 증세안으로서 세계적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38%로 올리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선 두 차례에 걸친 오바마 행정부의 입법 시도가 공화당의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최근 경제공약에서 세금 회피를 위해 미국을 떠나는 기업에 대한 ‘이탈세’ 부과와 함께, 최상위층 부자에 대한 ‘부유세’ 도입을 다시 천명했다. 성취 동기를 훼손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부의 지나친 편중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정책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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