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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알리는 창인데 정보 확인할 곳이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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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알리는 창인데 정보 확인할 곳이 없다니…"

입력
2014.11.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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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특파원' 자리 16개국 274명… 日 언론이 최다

이젠 中·日 등에 관심 밀리고 정부의 폐쇄적 대응도 한몫

21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외국신문 코너에 해외신문과 주간지들이 놓여져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21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외국신문 코너에 해외신문과 주간지들이 놓여져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외교부는 요즘 일본 특파원들로 곤혹스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일본의 진보, 보수 언론들이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난감한 질문을 반복해대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난달 7일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 기사를 쓴 산케이신문(産經)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기소한 데 따른 일종의 불만표시인 셈이다. 급기야 지난 달 16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있은 정례 브리핑에선 노광일 대변인과 일본 기자들이 공방까지 벌였다. “한국이 인권국가라고 할 수 있느냐”는 노골적인 질문에 대변인이 “일본 특파원이 한국에 도전하는 식의 질문에 대해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기자의 예의 문제를 언급,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정부인사들이 얼굴 붉힐 일이 일본 언론뿐만이 아니다. 다른 외신 특파원들 사이에서 한국이 취재지로서 매력을 점차 잃고 있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다.

외신기자, 국내서 200여명 활동

외신기자는 전 세계에서 국내에 파견된 주한 특파원들을 통칭한다. 11월 현재 등록된 외신기자는 16개국(99개 매체)에서 파견된 274명이다. 일본 언론이 가장 많은 111명을 파견했고, 미국 캐나다 영국 등 구미계 114명, 중국 대만 홍콩 등 중국계 40명 등의 순이다. 일본 도쿄에는 40여개국(200여개 매체)에서 약 600명 가량의 특파원이 상주, 한국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아시아를 관망하기에 한국보다는 도쿄가 유리하다고 외신들이 판단하는 셈이다. 공식 집계를 발표하지 않는 중국 베이징에는 한국의 4배인 약 1,00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활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외신기자는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사이거나 해외문화홍보원장이 인정한 언론사 소속으로 한정된다. 하지만 특파원뿐 아니라 통신원(스트링거) 기술보조원까지 기자로 등록된 경우가 많다. 미국 한 일간지 특파원은 “기사를 쓰지 않는 1인 지국장도 상당수”라며 “일부 외신기자는 지자체가 초청하는 곳만 찾아 대접받고 다녀 ‘투어 전문기자’란 말까지 듣는다”고 전했다.

절반 이상이 검은 머리 외신

서울외신기자클럽이 발간한 기자명부를 보면 속칭 검은 머리 외신기자로 불리는 한국인 특파원들이 어림잡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기자명부에는 6월 현재 269명의 외신기자 중 167명(62%)이 한국인이다. 이들 대다수는 기사 선정부터 다른 외국인 특파원의 지휘를 받는 등 제약이 많다. 특히 매체가 소속된 국가와 한국이 갈등 관계일 때 정론 보도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독도 영유권, 일본군 위안부, 동해 표기 등을 놓고 대립하는 일본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최상훈 뉴욕타임스 서울특파원의 경우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충북 노근리 피난민을 학살한 사실을 고발해 2000년 기자들의 노벨상인 퓰리처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당시 AP통신 근무)했다. 최 기자는 “외신에서 열심히 만 한다면 오히려 전 세계로 자신이 쓴 기사를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신, 주요 취재 방법은 한국 신문 베끼기

서울의 외신들은 고정된 출입처 없이 소규모 인력으로 모든 한국 뉴스를 취급한다. 서울지국을 따로 두지 않고 일본 도쿄지국에서 돌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파견하기도 한다. 이런 탓에 한국언론에 이미 보도된 뉴스를 재가공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서방 통신사 기자는 “아침 업무가 한국 일간지에 게재된 내용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며 “한국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재확인해 기사에 담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문제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주장까지 재 인용되고 있는 점이다. 한 일본신문 기자는 “한국에선 보도된 내용조차 확인해주지 않는 이상한 풍토가 자리잡아 산케이 식 흥미위주 보도가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의 이런 보도 행태에는 정부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외신들은 청와대를 비롯해 외교ㆍ국방ㆍ통일 등 안보부처에 관심이 높지만 정례 브리핑을 하는 곳은 외교부 밖에 없다. 청와대를 비롯해 통일부, 국방부는 거의 내신기자를 상대로 브리핑을 진행한다. 외신은 차별대우라며 불만을 토로하지만 해당 부처들은 외신과 공유하기 어려운 민감 사안들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한 신문기자는 “우리는 외국인이기 이전에 기자다. 외신을 홍보 수단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한국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외신뿐”이라고 말했다. 유럽계 통신사 기자도 “어려울 때만 외신에 의존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외신은 한국을 알리는 유일한 창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정부와 외신이 소통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취재지로 매력 잃었나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데다 역동적인 아시아 경제대국이란 점에서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도쿄에서 서울로 외신의 아시아 지국이 이동하는 게 추세일 때도 있었다. 잃어버린 15년 동안 세계뉴스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이후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의 한 특파원은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이 꿈틀거리면서 기자입장에서 한국보다 더 나은 출입처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폐쇄적인 대응도 외신을 서울에서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유력신문의 한국인 기자는 “한국발 뉴스의 한 축이 남북관계, 북핵, 김정은 등인데 정보를 쥔 한국정부의 창구가 모두 닫혀 별 내용이 아닌 것도 확인이 안 된다”며 “어떤 때는 한국 당국자 정보조차 고급정보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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