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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민의 직업윤리 성찰 계기로 삼아야 할 ‘영흥도 사고’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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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민의 직업윤리 성찰 계기로 삼아야 할 ‘영흥도 사고’ 결론

입력
2017.12.13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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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인천 영흥도에서 일어난 낚싯배 전복 사고는 급유선과 낚싯배의 쌍방과실이 원인인 것으로 결론 났다. 해경은 “사고 당시 양측 모두 충돌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두 선박은 별도의 회피동작을 취하지 않고 그대로 항해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급유선 선장은 경찰에서 “낚시어선을 충돌 전에 봤으나 알아서 피해 갈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야간항해 시 1인 당직을 금지한다는 규칙을 무시하고 갑판원이 조타실을 비운 사실도 드러났다. 소중한 인명과 거액의 재산이 걸린 선박을 운항하면서 “알아서 피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했다니 놀랍다.

당시 낚싯배는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 규정을 대부분 지켰다. 두 선박 모두 무단 개조나 과적 같은 불법 행위도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사고의 원인은 개인의 안전 의식과 직업 윤리의 부재였던 셈이다. 해경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천항과 진입로 수로에서 발생한 선박 사고는 모두 106건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선박 사고가 급증 추세인 것도 문제지만 사고 원인의 절반 이상이 ‘전방 주시 태만’이라는 게 더 심각하다. 선박 운항 시 딴짓 않고 전방만 제대로 봐도 상당수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 9일 7명의 사상자를 낸 용인 타워크레인 추락 사고는 정부가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도 안 돼 일어났다. 아무리 대책이 그럴듯해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잇따른 크레인 사고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의 안전의식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지난달 발생한 포항 지진의 피해가 컸던 것도 건물을 지을 때부터 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둥이 무너졌던 ‘필로티 공법’의 빌라는 철근이 제대로 박혀 있지 않았다. 뒤늦게 이런 부실 건물의 안전성을 점검하느라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제도와 규정은 선진국에 비해 그리 뒤지는 수준이 아니다. 매번 사고가 나면 시스템과 제도를 탓하지만 문제를 파헤치고 들어갈수록 직업윤리가 실종된 개인의 잘못인 경우가 많다. 인명을 경시하고 안전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풍조가 근본적 원인인 것이다. 사고 예방과 구조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은 당연하지만 직업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를 바꾸고 세금을 쏟아 부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평소의 안전의식만으로도 충분히 피할 수 있다. 이번 낚싯배 사고를 국민의 직업윤리 성찰 계기로 삼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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