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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바른정당의 전화위복

입력
2017.05.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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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이 3일 창당 100일을 맞았다. 소속 의원 집단탈당 사태로 충격에 빠진 지 하루 만이다. 당 해체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일각의 전망과는 달리 이날 바른정당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김세연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들이 당을 떠나는 것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국민들의 무한지지가 바른 정당으로 모아지고 있다”며 국민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탈당사태 당일인 2일부터 온라인 입당 당원이 폭증해 평소의 50배인 1,500명을 넘었고, 하루 500만원 선이던 유승민 후보 후원금도 이틀간 1억 3,0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 집단 탈당에 가담했던 황영철 의원이 탈당을 번복하고, 탈당을 예고했던 정운천 의원도 잔류로 기울어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 유지가 가능하게 됐다. 5%대를 밑돌던 유 후보의 지지율은 TV토론 활약 등과 맞물려 소폭이나마 상승세로 돌아섰다. 당이 붕괴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집단탈당 사태가 오히려 활로를 열어주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국민을 보고 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 가슴에 새긴다”는 김 사무총장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 반면 얄팍한 정치셈법으로 명분과 원칙도 없이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한 탈당파 인사들의 처지는 곤혹스럽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이들이 탄핵 무효를 외치는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에 대해 “자기 부정” 이라는 국민의 비판이 거센데, 친박계 인사들은 무슨 염치로 복당하겠다는 거냐며 가로막고 나섰다. 이들은 입당원서를 제출했지만 대선 일 전까지는 입당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이들의 지역구에 새로 임명된 당협위원장들도 순순히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 한국당 내에는 “과거 당을 떠나며 우리를 폐족으로 매도했던 사람들”이라며 “선거 1주일을 앞두고 아무리 한 표가 급해도 이들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한마디로 진퇴양난, 속된 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은 탈당 사흘 전 유승민 후보 지지를 열정적으로 호소하는 모습의 유투브 동영상이 급속하게 퍼져 더욱 곤란해졌다. 바른정당 사태는 눈 앞의 정치이해에 어두워 바르지 않은 선택을 하면 국민에게 어떤 심판을 받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정치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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