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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저소득 지역가입자만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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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저소득 지역가입자만 '봉'

입력
2015.0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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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 백지화로 불이익 지속될 듯, 개선기획단 오늘 항의 성명서

3인 가구 가장 김동환(63ㆍ가명)씨는 아내와 함께 서울에서 작은 식당을 하면서 월 36만~40만원(연 소득 460만원)을 번다. 그런데 김씨가 내는 건강보험료는 월 18만7,540원으로 벌이의 절반에 가깝다. 그가 가진 재산은 주택(2억5,000만원 상당)과 1,500㏄ 차량 한 대가 전부다.

같은 3인 가구 가장 오길환(62ㆍ가명)씨는 김씨보다 10배 이상 많은 4,780만원을 1년간 번다. 연금소득만 2,880만원이고, 금융소득도 1,900만원이나 된다. 주택과 자동차(2,000㏄) 등 재산 규모는 김씨와 비슷하다. 그러나 오씨는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낸다.

김씨와 오씨는 둘 다 직장 다니는 딸이 있지만 피부양자 조건 때문에 처지가 극명하게 갈렸다. 오씨는 딸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김씨는 사업자등록증을 낸 식당에서 사업소득이 있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지역가입자 중엔 김씨보다도 가난한 사람이 많다. 지난해 기준 보험료 6개월 이상 체납자 154만 세대 가운데 68.5%(105만 세대)가 월 보험료 5만원 미만인 생계형 체납자였다. 생활고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도 월 5만 140원을 건보료로 내야 했다.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이처럼 저소득층 지역가입자가 고소득자보다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모순된 구조가 현 정부에서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내년엔 총선 등으로 제도 개편이 쉽지 않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올해 안에 가난한 사람이 보험료를 더 내는 ‘역진 현상’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에게 모든 종합소득과 재산ㆍ자동차 등 재산 기준을 적용해 소득이 전혀 없어도 건보료를 징수한다. 반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되면 연금ㆍ금융소득이 각각 4,000만원 미만일 경우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에 따르면 6억원 이상 재산을 가진 피부양자는 4만명, 보수 외 연간 종합과세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경우가 19만여명에 달한다.

피부양자 인정 기준을 넘더라도 일부 고소득자들은 아예 위장취업해 직장가입자가 되기도 한다. 건보공단 등에 따르면 불법 위장취업 적발 건수는 2008~2013년 5년간 7,336건에 달한다.

소득이 같아도 지역가입자들이 직장가입자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낸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연 소득 501만원인 직장가입자는 월 2만5,000원(사용자 부담금 포함)을 내는데 지역가입자는 월 6만6,720원을 낸다. 연 소득 3,000만원 구간까지는 같은 돈을 벌어도 지역가입자가 더 내는 구조다. 직장가입자는 사업주가 절반을 부담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담도 훨씬 적다.

그런데도 정부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방침을 철회하자 개선기획단은 2일 성명서를 내고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학계 재계 노동계 정부 산하기관 등 각계 전문가 16명이 1년 6개월간 21차례 회의를 하며 논의했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정부가 사회적 공감대 운운하며 포기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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