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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화학무기 시설’ 집중 공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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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화학무기 시설’ 집중 공격 가능성

입력
2018.04.11 18: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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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모전단 지중해로 급파

英ㆍ佛 도 구축함ㆍ전투기 배치

‘제한적 타격’ 수준 뛰어넘을 듯

러시아군도 피해 여부가 관건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학 무기 사용 의혹이 제기된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군사 작전 옵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학 무기 사용 의혹이 제기된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군사 작전 옵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최근 반군 장악지역에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리아 정부에 대한 미국 등 서방 세계의 대대적 ‘보복 공격’ 준비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진상 조사 결의안이 부결된 상황에서, 5년 전 스스로 ‘전량 폐기’를 약속한 화학 무기를 동원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이유다. 잠시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시리아 사태의 군사적 긴장이 오히려 고조되면서 미ㆍ러의 대리전 양상 속에 전개된 시리아 내전이 자칫하면 군사대국 간 무력 충돌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3국 정상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다짐했다. 이들 3국 대응의 핵심은 군사 옵션 발동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에도 “(시리아와 러시아는) 강력한 대항에 직면할 것이며 앞으로 우리는 24~48시간 이내에 중대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 군사 공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11일 오전에는 트위터에 “시리아에 미사일이 날아갈 것이다. 러시아는 대비하라”는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 영국과 기술적ㆍ전략적 정보를 논의한 뒤, 며칠 내로 결정사항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공동 대응을 약속했다. 이날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군사 대응 동참을 확답하진 않았지만, 영국 언론들은 의회 승인 절차를 밟을지가 관건일 뿐 미ㆍ영ㆍ프 공조에서 이탈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이란과 중동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미국 주도의 군사 공격’을 지원할 뜻을 내비쳤다.

군 통수권자의 의지가 뚜렷해지면서 미군과 프랑스군의 행동도 바빠지고 있다. 미 해군 구축함 ‘도널드 쿡’은 지중해 동부에 배치됐고, 쌍둥이 함인 ‘포터’도 시리아 해역에 며칠 내로 도착 가능한 상태다. ‘해리 트루먼’ 항모전단은 11일 미 버지니아주를 떠나 지중해로 향할 예정이다. 프랑스도 순항미사일로 무장한 함대를 지중해로 이동시켰고, 영국도 유사 시 공격 가능한 지역에 방공구축함, 전투기 10여대를 배치 중이다. 가디언은 “러시아 전투기도 지중해 동부 해상을 지나다니고 있어 강대국들 간 충돌 위험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항공교통 통제기구인 유로컨트롤이 이날 “향후 72시간 내에 시리아 공습이 있을 수 있다”며 이 지역을 지나는 항공기에 주의를 당부했을 정도다.

공습이 시작될 경우, 그 강도는 지난해 4월의 ‘제한적 타격’보다 더 셀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당시 시리아의 화학 무기 사용 의혹이 일자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 공군력 무력화’를 위해 활주로, 격납고 등에만 공격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시리아 공군을 지원하는 바람에 실패로 돌아갔고, 급기야 화학 무기 공격이 재발했다.

때문에 이번에는 화학무기 저장시설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결정은 시리아 동맹들(러시아, 이란)이 아닌 정부군의 화학무기 시설 공격이 될 것”이라는 마크롱 대통령 언급도 그런 맥락이다.

문제는 러시아다. 화학 무기 사용 의혹에 대해 러시아가 “서방세계가 공격 구실로 삼고 있다”며 부인하는 데다, 실제로 공격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WSJ는 “러시아나 이란 군대가 사용하는 시리아 군사 기지를 타깃으로 삼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게 미국에 중대한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시리아에 대한 군사 대응과 관련, 러시아의 개입에 경고를 하고 나선 배경도 확전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미사일 공습을 예고한 트윗을 날린 지 40여분 만에 “지금 우리와 러시아의 관계는 냉전 시대를 포함해 전례 없이 나빠지고 있지만, 이럴 이유가 없다. 러시아에겐 경제적으로 미국이 필요하다”며 군비 경쟁 중단을 제안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미국부터 화학 무기를 폐지하라”고 맞받으면서 긴장감만 더욱 높아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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