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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똥별? 장군 줄이는 게 만사형통인가

입력
2018.04.11 17:4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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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온라인 댓글에 ‘똥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쁜 장군의 상징을 넘어 이젠 장군 전체를 똥별이라 부르기를 서슴지 않는다. 또 장군 숫자를 줄이면 마치 수십만 병사들의 복지가 대폭 향상되고, 첨단무기 도입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처럼 소리친다. 과연 장군이 얼마나 나쁘기에 똥이라 부르고, 얼마나 많은 돈을 쓰기에 장군 숫자 줄이는 것을 만능의 보검으로 생각할까. 필자도 궁금해서 오랜 시간 탐문해 사실관계를 알아봤다.

과거 강남 룸살롱에 가면 장군들 차가 줄지어 있고 그 술값 대주기 위해 대기업 비서실 직원들이 들락거린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장군에게 부탁해 군 면제받았다는 이야기, 장군에게 뇌물 줘서 군납 이권 따서 부자 됐다는 이야기 등 장군과 관련된 비리 이야기는 아주 많다. 그런데 그건 모두 옛날이야기다. 요즘 주변에서 장군들 승용차가 룸살롱 앞에 줄지어 서 있고, 뇌물 줘서 군 면제받고 군납 이권 땄다는 사람 본 적 있는가. 온갖 신고가 횡행하는 이 시대에 장군 관련 비리신고가 과연 얼마나 있기에 장군을 똥이라고 매도하나. 군대는 보안이라는 폐쇄성 속에 있기 때문에 맑게 바뀐 것을 모르고 수십 년 전의 기억을 가지고 마치 지금의 현실인양 아직도 장군을 욕한다. 단언컨대 요즘 장군 중 그런 똥별은 없다.

장군은 같은 연차의 대령보다 월급을 13만원가량 더 받고 2000cc 승용차 한 대를 지급받는다. 관사 유지비는 쓴 만큼 본인 부담이다. 승용차를 주기 때문에 대령에게 주는 교통비 월 20만원은 주지 않는다. 각 군 본부나 합참, 작전사령부 등에 근무하는 준장들의 업무추진비는 월 37만원 정도다. 준장이 관장하는 해당 부서 간부 인원은 주로 40명가량이다. 1인당 만 원짜리 회식도 못해 주는 것이 장군이다. 업무추진비를 부하들에게 쓰지 않고 개인적으로 쓰는 것을 용납하는 제도가 아닌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연 대기업 상무이사급, 공기업 임원들의 업무추진비가 37만원에 그칠까? 장군 숫자 줄여서 대령을 그와 똑같은 부서장에 임명해도 그 업무추진비는 지급해야 한다. 그러면 장군 한 명 덜 뽑아서 절약되는 예산은 차량유지비 포함해 연간 5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장군 100명 정도 줄여도 고작 이런 돈으로 어떻게 첨단무기를 사고 40만 넘는 병사들의 복지를 해결해 주나.

반면 장군을 크게 줄이면 장교들의 희망이 작아진다. 장군이 되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장교가 남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자신의 젊음을 가정이 아닌 국가를 위해 불사르고 있다. 희망이 없으면 일 하기가 싫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또 우수한 인재가 군대에 지원하지 않아 지휘관 수준이 낮아진다. 지휘관의 역량에 따라 똑같은 부대의 능력이 완전히 달라진다. 판옥선 150척의 대함대를 이끌고도 단 한 번의 해전에서 전멸해 버린 원균과 12척 남은 판옥선을 이끌고 10배 넘는 왜군 함대를 격파한 이순신 장군의 예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전시에는 예비군 동원으로 지금보다 볼륨이 훨씬 커질 것이기 때문에 평시 상황만으로 장군 숫자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 군대의 지휘관은 갑자기 유명 인사를 초빙해서 해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교수, 기업임원, 정치인과 다르다. 30여년의 시간을 투자해서 양성해야 하는 것이 장군이다.

국방 개혁으로 장군 숫자를 줄이는 것은 찬성이다. 하지만 60명 줄이겠다는 공약을 했다가 댓글 반응이 뜨거우니 더 나아가 100명 줄이겠다, 이런 식은 곤란하다. 정말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전시라도 이 정도는 줄여도 된다는 치열한 연구를 해야 한다. 장군을 똥이라고 매도해서 군대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장군이 지휘하는 군대를 국민으로부터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면 이익은 누가 볼까. 바로 적이 이익을 본다.

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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