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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통화전쟁

입력
2017.02.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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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가 자국 통화의 대외 교환비, 즉 환율에 관한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지는 원칙적으로 주권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각국이 멋대로 환율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다. 통화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만큼, 수요와 공급에 따라 국제적으로 납득되는 환율 수준이 형성된다. 아울러 환율은 상품의 국제가격을 결정하므로, 경쟁 상품을 생산하는 나라에 피해를 줄 정도로 이기적인 환율정책을 고집할 수도 없다. 결국 환율정책은 주권 사항이지만 납득될 만한 수준, 다른 나라에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로 시행되는 게 옳다.

▦ 하지만 현실이 늘 그렇듯, 각국 환율정책도 정상궤도를 이탈해 순식간에 혼란과 무질서로 치닫곤 했다. 자국 산업과 수출을 늘리기 위해 각국이 틈만 나면 통화와 금리정책, 부당한 시장개입 등을 통해 자국 통화 가치를 경쟁적으로 끌어내리는(환율 상승) 이기적 상황이 벌어졌다. 그 경우, 다른 나라의 이기적 환율정책으로 피해를 입는 나라로서는 수출 경쟁력 저하는 물론, 장기적으론 자국 산업의 위축까지 겪게 돼 국가 간 사활을 건 힘겨루기가 증폭되곤 했다.

▦ 문제는 2차 대전 후 환율전쟁들이 대부분 경제 강국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 편의적으로 촉발되고 주도됐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미국 유럽 등 전후 선진국들이 일본을 비롯한 후발 산업국들의 수출과 경상이익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할 때마다 환율전쟁을 일으키고, 그걸 통해 자국의 이해를 관철해 왔다는 얘기다. 반면 후발 산업국들은 미국 등의 일방적 통화ㆍ금리정책에 따른 환율 급변동으로 괴멸적 피해를 입을 때조차도 속수무책이었다. 미국의 강(强)달러 정책이 남미와 아시아, 동유럽 경제를 초토화시킨 1994~1999년 상황이 대표적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 초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며 중국 일본에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유로화 평가절하를 거론하며 독일까지 환율 조작국으로 몰아붙였다. 오바마 행정부 때도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 비난이 있었고, 지난 대선공약에서도 환율 문제가 거론됐지만, 트럼프 행정부 차원의 글로벌 환율전쟁이 본격 시동된 걸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흐린 무역 한국의 기상도에 또 하나의 위험이 빠르게 닥쳐오고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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