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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마윈 꿈” 중관춘 몰리는 中청년들... 한국과 사뭇 딴 풍경

입력
2016.01.0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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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무인기 업체인 다장촹신 본사에서 한 직원이 무인기 조종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무인기 업체인 다장촹신 본사에서 한 직원이 무인기 조종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결코 포기하지 말라-마윈(馬雲).”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北京)시 중관춘(中關村) 창업거리의 ‘3W 카페’에 들어서자 세계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대형 사진과 좌우명이 걸려 있는 게 눈에 들어 왔다. “창업의 과정은 좌절의 연속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을 때 비로소 성공의 기초를 다질 수 있다”는 설명은 젊은 창업자들에게 주문을 거는 듯 했다. 그 옆에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빌 게이츠 MS 창업자의 사진과 격언도 보였다. 책장에는 창업 관련 서적들이 즐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 청년들은 삼삼오오 모여 창업과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대형 회의실에서는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한 기업이 투자 설명회도 진행하고 있었다.

카페 옆 창업 컨설팅 회사가 마련한 창업 강좌에는 저녁 시간에도 100여명의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게시판엔 ‘동업자를 구한다’는 광고, ‘인터넷 운영 경험이 있는 관리자는 급히 연락을 달라’는 창업 관련 소식 등이 가득했다.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시 중관춘의 한 창업 카페에서 창업 관련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시 중관춘의 한 창업 카페에서 창업 관련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중관춘 창업 거리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창업 만인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 정책이 실현되고 있는 중심지다. 2013년9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들이 중관춘을 찾아 집단 교육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5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다시 이 곳을 방문하는 등 중국은 이 곳을 창업가의 요람으로 만드는 데 국가적 역량을 쏟고 있다. 이미 2014년6월부터 1년 동안 이 곳에선 무려 9만명의 창업자가 배출됐다. 2015년1~9월 이 곳에서 문을 연 기술 기업도 1만8,399개나 된다. 2014년 중국의 일반기업 등록 수는 365만개다. 하루 1만개 기업이 문을 연다는 얘기다.

짝퉁이나 만든다며 손가락질 받던 중국 기업들도 어느 새 창조와 혁신으로 무장한 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본사를 둔 다장촹신(大疆創新ㆍDJI)은 2014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민간 소형 무인기 시장의 독보적 강자다. 업계에선 다장촹신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6년 문을 연 이 회사는 휴대폰과 연동시켜 조정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한 무인기 ‘팬텀’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2015년 매출이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2010년 매출 300만위안(약 5억3,000만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2,00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1980년생인 항저우(杭州) 출신 왕타오(汪滔) 회장은 홍콩과학기술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중 무인기에 매력을 느껴 2006년 이 회사를 차렸다. 그 사이 직원은 20여명에서 4,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18일 본사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엔지니어를 포함한 연구 개발 인력이 무려 2,800여명”이라고 귀띔했다.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시 중관춘 창업 거리의 한 창업 카페에서 예비 창업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시 중관춘 창업 거리의 한 창업 카페에서 예비 창업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화웨이(華爲)와 샤오미(小米)도 이미 세계적인 중국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화웨이의 2015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대를 넘어섰다. 시장조사기관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2015년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가 3위, 샤오미가 4위를 기록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샤오미가 유통망 혁신을 통해서 저가 스마트폰으로 돌풍을 일으킨 반면 화웨이는 탄탄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화웨이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15% 안팎이다. 이미 2014년에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국제특허 출원 건수에서도 세계 최다 기업에 올랐다. 샤오미도 휴대폰 외에 전동 스쿠터와 초고화질 TV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샤오미가 미국 업체 세그웨이를 인수한 뒤 파격적 가격에 내 놓은 1인용 이동 수단인 ‘나인봇’은 기다려야 살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중국기업들이 이처럼 도약하고 있는 반면 한국기업들은 점점 시장에서 밀려나는 형국이다. 5년 후엔 마지막 남은 한국 경제의 자존심인 반도체마저도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가장 큰 수입품이 바로 반도체”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반도체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한국을 따라 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예상했다.

베이징ㆍ선전=글ㆍ사진 박일근특파원 ikpark@hankpokilbo.com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시 중관춘 창업 거리에 예비 창업자들이 밤에도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시 중관춘 창업 거리에 예비 창업자들이 밤에도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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