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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수위 높였지만… 책임인정ㆍ의혹해소 겉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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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수위 높였지만… 책임인정ㆍ의혹해소 겉돌았다

입력
2016.11.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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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또 ‘반쪽 사과’

崔 비선실세 만든 책임 발빼고

미르ㆍK 모금 순수한 의도 재강조

국정정상화 방안 언급도 안해

靑 참모들 “대통령, 다 내려놓아”

與도 “곧 2선후퇴 공식화” 전망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진심은 어디에 있을까. 4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놓고 일반 여론의 반응과, 청와대 참모들이 전한 내부의 해석은 상반됐다.

여론상 박 대통령의 사과는 이번에도 겉돌았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물론 박 대통령은 최순실(60ㆍ구속)씨의 국정개입을 여러 차례 사과했다. 국민 앞에 직접 서는 것에도,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도 인색했던 박 대통령이 그 만큼 절박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사용한 간곡한 수사도, 몇 차례의 울먹임도 ‘절반의 사과’라는 혹평을 받은 것은 사과의 핵심인 ‘책임 인정’과 ‘의혹 해소’가 빠졌기 때문이다.

사실 최순실 게이트는 박 대통령이 ‘최씨와의 개인적 인연’과 ‘공권력을 엄격하게 행사해야 할 대통령의 책임’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 발단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최씨를 정권 비선실세로 만든 책임과 거리를 두었다. 최씨가 국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최씨를 꽁꽁 숨기고 그가 비선실세 노릇을 하도록 내버려둔 이유가 무엇인지 등도 솔직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를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최씨로부터 도움을 받고 왕래하게 됐다”는,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강조한 감정적 해명만 했을 뿐이다.

사과로 담화문의 대부분을 채운 박 대통령은 국정 정상화 방안에 대해선 언급을 아예 피했다. 거국중립내각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고,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책임총리 역할 논란도 정리하지 않았다. 정국 주도권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란 지적이 뒤따른 건 당연했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이런 비판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미 다 내려 놓았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스스로의 처지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면서 “박 대통령이 책임총리 문제 등을 담화에 담지 않은 것은, 국민에게 진솔한 사과부터 하겠다는 뜻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요즘 참모들을 만나면 ‘나 때문에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등 거의 체념한 상태”라고도 말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무너진 청와대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참모들은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심리적 충격이 워낙 크고, 3일 재편된 청와대 비서진의 정무기능도 아직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청와대와 여권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여야에 총리 지명권을 넘기고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하는 등 ‘2선 후퇴’를 공식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김병준 총리 후보자의 용퇴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얘기도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주 진행될 검찰 수사에 응한 뒤 추가로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설명하거나, 대국민담화를 다시 발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이날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겠다”고 말한 것을 놓고, 청와대는 “조만간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로선 박 대통령의 진심이 무엇인지는 여론의 비판과 참모들의 전언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진심은 여야 영수회담이나, 추가 입장 표명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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