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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묻지마 高價’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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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묻지마 高價’ 횡포

입력
2016.06.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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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기능성 제품들이 장악

소비자들 선택의 기회 원천 차단

펄프 등 원료 물가지수 하락에도

기저귀 등보다 지나친 가격 인상

일부社 중저가 출시 약속 불구

“보편적 제품 생산 확대”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대신 사용한 한 여학생의 이야기가 알려지며 생리대 가격에 대한 논란이 불 붙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생리대 시장은 고가의 기능성 제품 위주의 기형적인 구조여서 중저가 제품을 하루 빨리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한국소비자원의 생필품 가격 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생리대 시장 점유율 1위인 유한킴벌리의 ‘화이트 NEW시크릿홀 울트라 날개 중형’(36개입) 평균 가격은 9,883원이다. 지난해 6월(9,404원)보다 5.3% 올랐다. 2위 업체인 LG유니참의 ‘바디피트 볼록맞춤울트라 중형’(32개입)의 평균 가격도 9,907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1.5%나 인상됐다.

더구나 생리대 가격은 2011년 6월과 2013년 6월에도 오른 바 있다. 유한킴벌리가 앞장 서 가격을 올리면 2,3위인 LG유니참과 한국피앤지가 따르는 식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4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10.6% 상승한 반면 생리대 가격은 25.6%나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생리대 원료인 펄프와 부직포의 수입물가지수는 각각 29.6%, 7.6% 떨어졌다. 대체제가 마땅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생필품인 생리대에 대해 정부는 2004년 부가세를 면세해줬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들에게는 그 혜택이 전혀 돌아가지 않은 셈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동일한 재료(펄프)로 생산되고 생필품으로 분류되는 화장지와 기저귀의 소비자물가지수가 각각 5.9%, 8.7% 인상된 것과 비교해 보더라도 생리대 가격은 지나치게 인상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현재 국내 생리대 시장은 패드 두께나 재질, 흡수력, 통기성, 착용감 등 모든 부분에서 높은 기능을 가진 프리미엄 제품들 위주로 형성돼 있다. 핵심 기능만 갖춘 생리대가 다수거나 중저가와 고가 제품이 균등하게 존재하는 외국과 달리 국내서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택할 소비자로서의 당연한 기회가 아예 원천봉쇄 되고 있다.

생리대 가격의 적정성 논란은 최근 유한킴벌리가 가격 인상을 시도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달부터 기존 제품 3종의 가격을 8~20% 올리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대신 신제품 ‘좋은느낌 매직쿠션’만 기존 제품보다 7.5% 인상했다. 그러나 비판이 이어지자 유한킴벌리는 하반기에 중저가 생리대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 놨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그간 생리대 시장이 고품질, 고기능 제품에 집중돼 있었다”며 “이번 기회에 제품 가격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보편적 제품 선택권을 확대하는 데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LG유니참과 한국피앤지는 아직 중저가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 두 업체는 대신 저소득층 여성들을 위한 기부를 늘릴 예정이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정책국장은 “건강하고 수치심 없이 생리를 하는 것은 저소득층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누려야 할 권리”라며 “신기술을 적용한 비싼 생리대보다 보편적으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중저가 제품을 우선 개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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