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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을 바닷속에 누워보라… 우리는 아직 세월호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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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을 바닷속에 누워보라… 우리는 아직 세월호 안에 있다"

입력
2015.08.2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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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 SNS에 추도글 물결

세월호 참사 500일인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농성장을 찾은 시민들이 아직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실종자들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500일인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농성장을 찾은 시민들이 아직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실종자들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부를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_4월 16일 이후 (…)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배를 배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바다를 바다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파도를 파도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 너희들을 꽃 같은 너희들의 이름을 부를 수 없게 되었다”(박찬세 시인)

28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마다 일제히 문인들의 추도글이 올라왔다. 꼭 500일 전 일어나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 참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한국작가회의가 기획한 ‘세월호 참사 500일을 함께하는 작가들의 행동’ 운동의 일환이다. 작가회의는 “아직도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는 가족들 곁에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이 세월호와 함께 바다 속에 누워 있다”며 “가족을 잃은 가족들에게는 세월과 함께 세월호와 진실이 희미하게 잊히는 것이 죽음보다 더 큰 절망이라고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참여한 소설가 시인 평론가들은 시 산문 그림 등 다양한 형식으로 세월호를 기렸다. 유현아 시인은 ‘500일… 잘 지내니?’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띄웠다. “별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날에는/ 햇빛이 볼에 따끔따끔 부딪히는 날에는/ 달이 동그란 눈을 찡긋거리는 날에는/ 비가 부슬부슬 이마를 가만히 쓰다듬는 날에는/ 바람이 상쾌하게 코끝을 스쳐 지나가는 날에는/ 어김없이 내가 노는 시간이야/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나는 잘 있어, 라는 신호야”

경기 안산시에서 ‘치유공간 이웃’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과 만나고 있는 소설가 신혜진씨는 시신 수습과 장례까지 100일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오백일이 되도록 진실 규명은커녕 인양조차” 못했다며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란 말로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안도현 시인은 육필로 쓴 글을 통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는 아직 세월호 안에 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아이들의 손짓이 우리의 에너지다. 우리는 못된 국가에 갇혀 있으나 우리는 국가 너머를 응시한다.”

소설가 이시백씨는 ‘500일을 바닷속에 누워보라’고 쓴 종이를 손에 든 채 사진을 찍어 올렸으며, 안찬수 시인은 “진실인양(眞實引揚)”을 붓글씨로 써서 게재했다. 이 밖에 시인 이시영 작가회의 이사장, 정우영 작가회의 사무총장, 권혁소, 이종형, 박성우, 신철규, 신현림, 황규관씨 등이 뜻을 함께 했다. 작가회의는 “이 행동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과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연대의 촛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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