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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훈련 매뉴얼도 없이 실시… 준비부족이 빚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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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훈련 매뉴얼도 없이 실시… 준비부족이 빚은 비극

입력
2014.09.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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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유출 막기 위한 인내심 배양 목적… 英 고문 훈련·美 수용소 상황 연출

"UDT서도 목 동여매는 훈련 없어" 훈련 가혹해 외국서도 인권 침해 논란

고강도 포로체험 훈련을 받다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 소속 전모 하사가 2일 충북 청주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한 뒤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고강도 포로체험 훈련을 받다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 소속 전모 하사가 2일 충북 청주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한 뒤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육군 정예 특전사 요원 2명을 죽음으로 몰아간 ‘포로체험 훈련’은 적에게 붙잡혀 극한의 공포와 맞닥뜨린 상황에서도 기밀을 유출하지 않기 위해 인내심을 기르도록 하는 훈련이다. 특전사가 미군의 훈련 방식을 참고해 올해 새롭게 도입했지만, 면밀한 준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훈련을 진행해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로체험 훈련은 미군이 6ㆍ25전쟁에서 자군 포로가 늘자 처음 구상했고 1960년대 들어 영국 공수특전단(SAS)이 고문을 견디는 방식의 훈련으로 발전시켰다. 이어 미군이 베트남전을 겪으면서 육ㆍ해ㆍ공군에 확산시켰다.

훈련은 크게 영국식과 미국식으로 나뉜다. 영국식 훈련은 포로가 된 요원에게 고문과 구타 등 물리적 폭력이 서슴없이 가해지는 방식이다. 두건을 쓰고 수갑이 채워진 요원은 심문실에서 거꾸로 매달린 채 몽둥이로 두들겨 맞거나 물이 담긴 욕조에도 처박힌다. 호흡곤란을 통한 죽음의 공포를 견디기 위해서다. 심문관들은 협박과 욕설을 퍼부으며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기도 한다. 훈련이 너무 가혹해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식은 잠을 재우지 않거나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등 즉각적인 고통보다 인내심을 옥죄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육군 특전단(그린 베레)는 실제 포로수용소와 똑 같은 환경의 ‘저항훈련시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외국군의 훈련에 참가한 영관급 장교가 견디기 힘들어 펑펑 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전사가 이번에 도입된 포로체험 훈련은 구타나 고문이 없다는 점에서 미국 식에 가깝다. 특전사는 이번 훈련을 준비하면서 미군의 자료를 참고 했으나, 교관을 직접 미군에 파견해 실제 훈련을 체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문헌 자료에만 의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전사는 또 “과거 특수부대에서 실시되다 중단됐던 훈련을 올해 다시 시작했다”고 설명했으나, 특전사를 전역한 군 간부는 “현역 시절 특수전 훈련을 받을 때 짧게 소개 받은 게 전부여서 생소한 훈련”이라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전기충격을 시늉만 내는 훈련은 있었지만 실제로 목을 조이는 경우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군 정예 특수부대(UDT/SEAL) 훈련 과정에도 포로가 된 상황을 상정한 생존훈련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번처럼 머리에 두건을 씌우고 목을 동여매는 훈련은 없다. 전인범 특전사령관이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브라질 무술 주짓수를 실전에 도입하는 등 훈련 강도를 높이는 데만 치중해오다 사고를 부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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