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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향해 돌 던지던 북한 아이 이젠 손 흔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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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향해 돌 던지던 북한 아이 이젠 손 흔들어

입력
2015.10.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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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북한 청년이 16일 압록강변을 걸어가고 있다.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를 영원한 수령으로 받들자는 내용의 표어도 보인다.
한 북한 청년이 16일 압록강변을 걸어가고 있다.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를 영원한 수령으로 받들자는 내용의 표어도 보인다.
16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 건너편 북한의 한 나루터에서 주민들이 배에 올라타고 있다. 가운데 서 있는 이는 김일성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
16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 건너편 북한의 한 나루터에서 주민들이 배에 올라타고 있다. 가운데 서 있는 이는 김일성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
16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 건너편 북한의 한 나루터에 북한 남성들이 앉아 있다. 중국 관광객이 다가와도 선글라스를 낀 한 남성은 바닥에 반쯤 누운 채 담배를 꺼내고 있고, 인민군 모자를 쓴 또 다른 남성은 총부리를 내린 채 엷은 미소를 짓고 있다.
16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 건너편 북한의 한 나루터에 북한 남성들이 앉아 있다. 중국 관광객이 다가와도 선글라스를 낀 한 남성은 바닥에 반쯤 누운 채 담배를 꺼내고 있고, 인민군 모자를 쓴 또 다른 남성은 총부리를 내린 채 엷은 미소를 짓고 있다.
15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황금평 경제구 중국측 출입구에서 한 트럭이 경제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출입구 안쪽 왼쪽 북한 초소 앞에 북한군 한 명이 서 있고, 사진 오른쪽 뒤편엔 북한이 최근 완공한 황금평 경제구 관리사무소 건물이 보인다.
15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황금평 경제구 중국측 출입구에서 한 트럭이 경제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출입구 안쪽 왼쪽 북한 초소 앞에 북한군 한 명이 서 있고, 사진 오른쪽 뒤편엔 북한이 최근 완공한 황금평 경제구 관리사무소 건물이 보인다.
평양발 단둥행 열차가 15일 오후 압록강철교를 건너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북한 남성 2명이 달리는 기차 맨 앞에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고, 이들 머리 위로 '내연'이라고 쓴 한글이 보인다.
평양발 단둥행 열차가 15일 오후 압록강철교를 건너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북한 남성 2명이 달리는 기차 맨 앞에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고, 이들 머리 위로 '내연'이라고 쓴 한글이 보인다.
16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출입국사무소 세관 앞에서 중국인 화물 트럭 기사들이 북한 입국 통관을 기다리는 동안 차에서 내려 수다를 떨고 있다. 이날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 중엔 중국산 승용차도 많아 눈길을 끌었다.
16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출입국사무소 세관 앞에서 중국인 화물 트럭 기사들이 북한 입국 통관을 기다리는 동안 차에서 내려 수다를 떨고 있다. 이날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 중엔 중국산 승용차도 많아 눈길을 끌었다.
16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변 건너편 북한 마을에서 한 소년이 손을 흔들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전엔 중국 관광객을 향해 돌을 던지던 북한 아이들이 이번에 반갑게 손을 흔든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16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변 건너편 북한 마을에서 한 소년이 손을 흔들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전엔 중국 관광객을 향해 돌을 던지던 북한 아이들이 이번에 반갑게 손을 흔든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출입국사무소와 세관 주차장. ‘중조(中朝ㆍ중국과 북한)우의교’로 불리는 압록강 철교를 통해서 각종 물품들을 북한으로 싣고 가기 위한 중국측 화물차는 빼곡하게 줄을 서 있었다.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들만 해도 30대가 넘었다. 기사들은 세관을 지나기 위해 한참을 기다리는 것이 지루한 지 시동을 끈 채 세관 입구에 모여 수다를 떨었다. 이들은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최근 북한 노동당 창건 70돌을 축하하기 위해 방북한 뒤 이들은 북중 무역도 크게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중국인 화물트럭 기사는 “북중 관계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태라고 할 순 없지만 그리 나쁜 것도 아니다”며 “무역량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줄지어 선 화물트럭 옆으로는 중국 기업인 창안(長安)자동차가 만든 준중형 승용차 ‘웨샹(悅翔)V7’이 40여대나 주차돼 있었다. 모두 북한으로 수출되기 위한 차다. 배기량 1,600㏄의 이 차의 가격은 7만위안(약 1,200만원) 안팎이다. 10여년 간 북한과 무역을 해 온 재중 동포 김모씨는 “북한에서 중산층이 형성되며 승용차 수요와 고가 제품 주문량이 부쩍 많아 졌다”고 귀띔했다. 승용차 옆으론 신형 버스 20여대도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다.

출입국사무소와 세관에서 150m 떨어진 곳엔 ‘고려거리’란 새 대형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조한(朝韓ㆍ북한과 남한)민속거리’로 알려진 이 곳에 인도 등을 다시 깔고 남북한 관련 식당과 상점을 집중 유치, 무역 및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게 단둥시의 계획이다. 전날 제4차 북중박람회가 개막되고 북중변민(邊民)호시(互市)무역구가 첫 발을 뗀 것도 북중 무역의 중심이 되겠다는 단둥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사실 박람회와 호시무역구 외에도 주말 내내 단둥에선 동북아경제무역발전고위포럼, 북중무역투자상담회, 신의주-단둥 여행 전면 개통 행사, 북중여행업체협력상담회 등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한 택시 기사는 “단둥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가 현재 2만여명에서 앞으로 10만여명까지 증가할 것이란 소문도 있다”고 밝혔다.

4년여 간 지지부진했던 황금평 경제구 개발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단둥시에서 남쪽으로 30여분 거리인 황금평 경제구에서 철조망 너머 벼베기를 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은 예전과 다를 게 없었다. 황금빛 들녘에선 ‘수령님과 당을 위해~’라는 북한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황금평 경제구 중국측 입구와 맞붙은 북한측 초소에서 안쪽에서 1㎞쯤 떨어진 곳엔 이미 번듯한 5층 건물이 준공돼 있었다. 황금평 경제구 개발을 위해서 북한측이 세운 건물이다.

황금평과 단둥시 사이의 신압록강대교는 1년 전 준공된 채 그대로였다. 웅장한 규모의 중국측 새 세관 건물도 준공됐다. 그 동안 북중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아직 새 다리와 세관은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태지만 사실 내일 당장 개통된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다. 이 곳이 뚫리면 현재 단방향 통행만 가능한 압록강 철교로 인한 북중 물동량 정체는 곧바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배를 타고 압록강변에서 직접 본 북한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이런 해빙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조국해방 일흔돌과 당창건 일흔돌을 높은 정치적 열의와 빛나는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자’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를 우리당의 영원한 수령으로 받들어 모시자’ ‘모두 다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최후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총공격전에 떨쳐 나서자’는 표어는 이곳이 북한 땅임을 웅변했다. 그러나 저마다 자전거를 몰고 강변을 오가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은 한가하고 편안해 보였다. 예전엔 중국 관광객을 향해 돌을 던지던 북한 남자 아이는 손을 높이 들어 흔들면서 환하게 웃었다. 총을 든 군인들도 긴장한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북중 관계가 개선되며 그렇지 않아도 5ㆍ24 조치 이후 된서리를 맞은 단둥 한인사회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었다. 한 한국인 사업가는 “단둥에서 우리말을 쓰는 한국인, 북한인, 재중동포, 북한 화교 중 예전엔 한국인의 목소리와 지위가 가장 높았지만 지금은 가장 낮은 상태”라며 “5ㆍ24로 한국인의 손발이 묶인 사이 북한 화교와 재중 동포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때 5,000명에 육박했던 단둥 거주 한국인은 이제 800여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다른 사업가도 “북중 관계가 복원되면 그 나마 버텼던 한국인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며 “5ㆍ24 조치를 하루 빨리 풀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단둥=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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