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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붙이 죽인 현실을 부정… 집 안이 최적의 은폐장소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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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붙이 죽인 현실을 부정… 집 안이 최적의 은폐장소 해석도

입력
2016.02.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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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방치된 여중생의 시신이 발견된 경기 부천시 주택 내부 모습. 부천=연합뉴스
1년간 방치된 여중생의 시신이 발견된 경기 부천시 주택 내부 모습. 부천=연합뉴스

경기 부천시에서 목사 아버지에게 폭행당해 숨진 여중생 이모(사망 당시 13세)양은 3일 발견 당시 사실상 미라 상태였다. 아버지 이모(47)씨는 딸이 사망하자 시신을 집 작은방에 11개월간 방치했다. 2011년 11월에도 성적 압박을 이기지 못한 고3 수험생이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8개월 동안 사체를 안방에 그대로 뒀다 붙잡혔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점, 또 시신을 집안에 장기 유기했다는 사실이다. 통상 살인 범죄의 경우 가해자가 범행을 감추기 위해 시신을 훼손하거나 외부에 은닉하려는 것과 달리 가족 살인은 유독 피해자의 시신을 집안에 방치하는 비중이 높다.

범죄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배경을 가족이란 구조적 특수성에서 찾고 있다. 계획적이든 우발적이든 직계 존ㆍ비속 관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피붙이를 죽였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워 일종의 현실 부정부터 한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4일 “시신을 그대로 둔 채 애써 외면하는 것은 현실 회피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혹여 깨어나지 않을까 하는 비현실적인 바람이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양가감정(상호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배 교수는 “배타적 감정이 실린 살인의 이유를 떠나 복잡한 감정을 공유했던 가족 구성원을 함부로 내다버릴 수 없다는 이중적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이라는 사적 공간이 가장 지능적 형태의 은폐장소라는 해석도 나온다. 2012년 11월 강원 춘천시에서 부인의 목을 졸라 살해한 남편은 아내 시신과 석달을 함께 살았다. 피의자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자수할 용기가 없어 들키지 않으려 (집 안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신을 범행 장소에 그대로 두면 가해자가 별도의 은폐 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방치가 아닌 지능화한 고도의 수법”이라고 말했다.

부패가 빨리 시작되는 인체의 특성상 유기 시기를 놓칠 경우 시신의 존재에 둔감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어머니를 살해한 고3 아들은 시신이 썩기 시작하자 공업용 본드로 문틈을 막아 방 전체를 밀폐했고, 이후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라면을 끓여먹는 등 태연히 일상 생활을 이어갔다. 이수정 교수는 “현실 부정의 기간을 이겨내면 시신을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여기게 돼 범죄의 기억조차 잊게 된다”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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