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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 페미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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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 페미니스트다”

입력
2016.03.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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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한 두 명의 남자가 있다. 도대체 왜? 이 땅에 남자로 태어나 ‘속 편하게 살면 그만’이었을 그들이 페미니스트가 된 속사정을 들어본다. MBC PD 김민식씨와 자유기고가 노정태씨다.

김민식(왼쪽) MBC PD와 노정태 자유기고가
김민식(왼쪽) MBC PD와 노정태 자유기고가

-왜 페미니스트가 됐나.

김민식 MBC PD(이하 김)=간단해요. 어머니가 나를 낳아주셨고 집에는 마님이 계시고 딸을 둘 키우고 있기 때문이에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성성을 존중 받기를, 무엇보다도 딸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 당하지 않길 바라요. 그게 전부입니다. 저에게 페미니즘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정치적 이유 같은 건 없습니다.(웃음)

노정태 자유기고가(이하 노)=페미니즘은 매우 중요한 얘기고 당연한 얘긴데 여자들이 입밖에 내면 비난을 받아요. 그러니까 남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속 편하게’ 살면 그만일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페미니즘 얘길 꺼내야 사람들이 ‘이상하다’며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요?

-페미니즘이 왜 중요한가.

김=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죠. 여성 인력들이 결혼과 출산으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될까 두려워한다면 아이를 가지려 하겠어요? 이렇게 계속 인구가 줄면 국가의 중요한 자원인 청년 자원도 줄겠죠. 그럼 당장의 경제 활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에요. 그러니까 이걸 해결하려면 양성 평등이 전제돼야 합니다. 여자들이 일자리를 갖기 쉬워야 하고, 일을 하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 낳아 키우는 게 당연한 일이 돼야 해요.

노=우리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죠. 페미니즘은 ‘여자만’ 잘 사는 사회를 위해서 말하는 게 아니에요. 남자라는 고인 물을 빼는 과정에서 남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출발선에서 시작하기 위해서는 남자이기 때문에 누려왔던 것들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는 뭘까.

김=아직 ‘그날’이 오지 않았는데 ‘다 왔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심각한 문제죠. 우리 사회의 양성 평등은 너무 취약하고 채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이 이뤄졌다고 착각하며 삽니다. 심지어는 여자들이 너무 과한 것을 요구한다고 비난하기까지 해요. 아직 갈 길이 먼데 참 안타까워요.

노=남자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이득이고 권력인데 그것을 인지조차 못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는데 금수저를 물었는지도 모른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당연히 해결하려는 의지도 별로 없죠.

-여성의 날을 앞두고 하고 싶은 말은.

김=여혐(여성 혐오)을 일삼는 남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굳이 ‘자폭’하지 맙시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자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인데 포기하지 말자는 겁니다. 특히 이제는 ‘구글신’이 우리의 모든 온라인 발자취를 찾아 주는 시대에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노=‘민주주의자가 되자’는 것처럼 ‘페미니스트가 되자’는 말도 굳이 강조하거나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라 생각해요. 페미니즘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기득권을 갖고 태어난 남자가 계속 목소리를 내줘야 합니다.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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