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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ㆍ기업 도움 없이 100회 공연은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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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ㆍ기업 도움 없이 100회 공연은 기적

입력
2015.12.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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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용 지휘자는 "청소년과 일반인 대상 음악교육, 교회음악 연구 및 교육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박치용 지휘자는 "청소년과 일반인 대상 음악교육, 교회음악 연구 및 교육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민간이 운영하는 직업 합창단으로 5년 이상 유지한 팀이 없습니다. 대기업 후원도 없이 오로지 공연 수입과 회원 후원금으로만 26년간 이어오며 100번째 정기연주회를 한다는 점만으로 뿌듯합니다.”

박치용(52) 서울모테트합창단 상임지휘자 겸 서울모테트음악재단 이사장은 지난 3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합창단은 음악ㆍ정서적 교감은 물론 정신ㆍ인격적 교감을 끊임없이 해야 해서 운영이 어려운데 깨지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 상시 운영되는 민간 직업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적은 것은 우리 특유의 클래식 음악 문화와 관련이 깊다. 세계적인 연주자를 배출할 만큼 엘리트 교육은 활성화됐으나 일반적인 음악 교육은 수십 년 전과 다르지 않다. 연주 단체를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것도 대부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다. 국내 민간 직업 합창단은 1989년 창단된 모테트합창단이 유일하다. 박 지휘자는 “천재적인 연주자는 얼마든지 배출할 수 있지만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이 나오려면 문화적 저변이 폭넓고 깊어야 하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우리가 정부나 기업,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모테트합창단은 해외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연주 실력을 자랑한다. 2013년 바흐 음악의 권위자인 독일의 헬무트 릴링과 협연했고 이를 인연으로 올 4월 릴링의 추천으로 바흐 음악 축제인 ‘튀링겐 바흐 페스티벌’에 한국 단체 최초로 초청을 받았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함께 유럽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와 협연도 했다. 박 지휘자는 “개성이 모두 다른 단원들이 하나가 돼야 좋은 연주가 나올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초창기부터 남아있는 단원들부터 잠깐 거쳐간 단원들까지 모두가 공로자”라고 말했다.

모테트는 중세 르네상스 시대 종교적 내용의 라틴어 가사로 쓴 다성 성악곡을 말한다. 박 지휘자는 “모테트는 합창 음악 중 가장 예술성이 높은 형식의 음악이고 종교 음악의 백미”라며 “음악의 근본,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합창단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성악 전공만으로 최소 10년 이상 공부한 단원들이 최저 수준의 월급에도 쉽게 합창단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이처럼 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100회 정기연주회는 ‘싱얼롱 메시아(다 함께 부르는 메시아)’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2005년부터 시도하고 있는 싱얼롱 공연은 관객이 합창단의 일부가 되어 공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1층 관객은 직접 악보를 들고 와서 합창 부분을 함께 노래하고, 2, 3층 관객은 합창단과 관객이 하나가 되는 소리를 감상한다. 박 지휘자는 “서양에선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체면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어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며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박 지휘자는 지난해 서울모테트음악재단을 설립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대상으로 하는 서울모테트청소년합창단과 아마추어 합창단인 서울베아투스합창단을 창단해 음악 교육으로까지 활동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이다. “음악의 순수한 정신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변함 없는 목표라서 경영과 상충할 때도 있지만 예술가가 우선 가치를 두어야 하는 것은 ‘최상의 예술’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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