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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 현실로… 교육부 간부 “민중은 개ㆍ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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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 현실로… 교육부 간부 “민중은 개ㆍ돼지”

입력
2016.07.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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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향욱 정책기획관, 경향신문 기자와 저녁

“상하 격차 존재하는 사회가 합리적 사회”

“과음ㆍ과로 겹쳐 본의 아닌 실언” 해명

“한국이 개ㆍ돼지 우리?” 네티즌 ‘부글’

교수노조 “신분제 차별 교육 정책 중단을”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교육부 고위 간부가 “민중은 개ㆍ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간부는 “과음ㆍ과로가 겹쳐 나온 실언”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나향욱(47)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7일 저녁 경향신문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민중은 개ㆍ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며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며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언론사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가 한 대사(“대중들은 개ㆍ돼지들”)를 인용한 것이다.

국장급 고위공무원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주요 교육 정책을 기획하거나 다른 부처와 조율하는 주요 보직이다. 나 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고 교육부 지방교육자치과장 등을 거쳐 올해 3월 승진했다.

나 기획관은 또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은 정치니 뭐니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ㆍ하원 등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라며 “상ㆍ하 간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부가 겉으로라도 사회적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줄 알았다’는 기자의 지적에 나 기획관은 “출발선상이 다른데 어떻게 같아지나. 현실이라는 게 있는데”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보도 가능성을 인지한 그는 교육부 대변인과 함께 8일 경향신문 편집국을 찾아 “과음과 과로가 겹쳐 본의 아니게 표현이 거칠어진 것 같다. 실언했다”며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는 9일 오전 나 기획관의 해명을 들으려고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7월 9일자 경향신문 2면.
7월 9일자 경향신문 2면.

발언이 보도되자 인터넷은 비난 일색이다. bien****이라는 ID를 쓰는 네티즌은 “실언이 아니라 기사화 될 줄 몰랐겠지.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자의 인식이 참 한심하군요. 교육 정책 말고 다른 일 하면 더 잘 하겠어요”라고 비판했다. ID ysbi****는 “그 나라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민중을 개ㆍ돼지라고? 또 음주ㆍ과로 핑계지? 과연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입니까? 대한민국은 개ㆍ돼지를 키우는 우리입니까?”라고 성토했다.

논평도 나왔다.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곧장 성명을 내어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며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의 차별적 교육 정책을 수행해 온 고위 관료들은 대체로 나 기획관과 비슷하게 생각할지 모른다”며 교육부에 “민중을 개ㆍ돼지로 간주하는 고위 정책 책임자를 처벌하고 소수의 상위층을 위한 신분제적 차별 교육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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