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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형 로켓

입력
2017.07.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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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대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정주영 회장은 김영삼(YS) 대통령의 보복이 두려웠다. 그는 YS 임기 내 인공위성 발사체를 개발하겠다고 제안했다. 국가적 이벤트로는 안성맞춤이었으니 정부도 반대할 리 없었다. 현대차 마북연구소에 개발팀이 꾸려졌다. 90년대 초 갤로퍼 신화를 주도했던 김동진 현대정공 기술연구소장이 책임을 맡았다. 실제 러시아에서 절단된 로켓엔진을 50만달러에 사 왔고 로켓엔지니어도 초빙했다. 그러나 로켓은 자동차 엔진과 차원이 달랐다. 좀체 진전을 못보다 IMF 이후 우주개발 사업을 접었다.

▦ 2013년 1월 나로호가 두 번의 실패 끝에 우주로 솟아올랐다. 핵심 기술은 우리 게 아니었다. 독자 발사 능력이 없어 러시아 1단 로켓의 힘을 빌렸다. 그간 쏘아 올린 기상 및 해양관측 인공위성도 프랑스나 일본에 돈을 주고 대리 발사한 것이다. 우주 자립국이 되려면 1단 로켓을 개발해야 한다. 로켓의 핵심은 엔진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1년까지 우리가 만든 1.5톤 다목적 인공위성을 한국형 발사체에 실어 쏘아 올릴 계획이다. 나로우주센터에선 국내 기술로 개발한 75톤 엔진 연소실험이 한창이다.

▦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은 하나같이 우주강국이다. 중국은 이미 유인우주선을 올려 보냈고 2020년 독자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탐사선 착륙을 시도한다. 앞으로 20년간 93조원을 투입해 미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주대국으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50년대부터 우주개발을 시작한 일본의 로켓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6톤 위성까지 쏘아 올렸다. 정밀위성으로 한반도를 24시간 들여다 본다. 북한도 미국 서부까지 위협하는 로켓 기술을 확보했다.

▦ 우주개발은 첨단기술 파급 효과가 크다. 기상 관측과 GPS 운용, 항공기 제작 등에 필수적이다.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로켓 기술은 미사일 기술이기 때문이다. 21세기 군사능력의 핵심은 미사일이다. 우리가 비록 늦게 출발했지만 IT, 첨단소재, 엔진 등 모든 면에서 북한을 앞선다. 로켓도 뒤질 게 없다. 2021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성공하면 2025년경 독자적인 달 탐사선 발사도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우주는 우리의 미래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꿈과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다. 한국형 발사체의 성공을 기원한다.

나로우주센터=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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