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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프리 시티(Car Free City)의 원조, 스페인 폰테베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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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프리 시티(Car Free City)의 원조, 스페인 폰테베드라

입력
2016.08.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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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사라져 보행자의 천국이 된 폰테베드라 도심 풍경. 글로벌그리드 홈페이지
자동차가 사라져 보행자의 천국이 된 폰테베드라 도심 풍경. 글로벌그리드 홈페이지

1990년대 말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 폰테베드라시 도심은 넘쳐나는 자동차들로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인구 6만여명의 소도시는 매일 출퇴근하는 2만7,000여대의 차량들로 인해 공해로 가득했고, 도심을 걷는 시민들은 숨조차 편히 쉴 수 없었다. 보행자들은 보도 위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자동차들 때문에 겁에 질렸고, 귀를 울리는 소음에 쫓겨 점차 도심을 떠났다. 당시 폰테베드라시를 목격했던 외신들은 “자동차들만 가득한 사막과 다름 없었다”고 증언했다. 폰테베드라의 교통지옥은 시민들의 집단적인 건강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도보보다 차량에 의존한 탓에 시민들의 비만과 심혈관질환 유병률이 한없이 치솟았다.

급기야 1999년 시 당국은 극약처방을 내놨다. 일반 차량은 물론 버스, 열차 등 모든 대중교통 수단의 도심 진입을 완전히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공공시설은 공중에게 평등하게 배분해야 한다’는 원칙아래 실질적인 ‘차 없는 도시(Car Free Cityㆍ카 프리 시티)’를 선언한 폰테베드라시는 이후 빠르게 변했다. 시는 차량진입을 금지하는 구역을 도심 중심부로부터 도보로 10분 거리인 지점까지로 확정하고 도심 외곽에 8만여 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을 마련했다. 차량진입 금지지역의 불법주차 차량에는 최대 2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해 강제성을 끌어올렸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때론 벌금 딱지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하나둘 차 없는 도시를 만들어갔다.

출근시간이면 차량으로 가득했던 도심이 한산해지면서 폰테베드라 도심은 활기를 되찾았다. 사라졌던 벤치들이 다시 보도 위에 놓였고 늘어난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더욱 많은 가로등이 불을 밝혔다. 어쩔 수 없이 도심 외곽으로부터 걸어 출근해야 하는 시민들을 위해 시는 벌금으로 두둑해진 재정을 풀어 공원을 건설했다.

이후 17년이나 멈추지 않고 이어진 ‘차 없는 도시’정책 덕분에 폰테베드라시는 크게 성장했다. 살기 좋은 도시로 명성을 떨치면서 인구는 8만명 이상으로 늘었고 범죄발생건수도 2000년 1,203건에서 2014년 484건으로 줄었다. 보행자가 늘면서 도심상권이 활발해져 지역경기가 살아났음은 물론이다. ‘차 없는 도시’정책을 단행했던 시장 미구엘 로레스는 세 번이나 연임한 후 2015년에야 자리에서 물러났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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