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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여성 재능 나누자, 보육의 질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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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여성 재능 나누자, 보육의 질 업그레이드

입력
2017.03.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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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경력단절여성 많은 서초구

영어동화 등 엄마들이 직접 나서

원아 연령 낮아 특별활동 어려운

가정어린이집 만족도 특히 높아

집 근처 가정어린이집에서 재능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마마보노’ 김영아씨가 아이들에게 영어동화를 읽어주고 있다.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제공
집 근처 가정어린이집에서 재능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마마보노’ 김영아씨가 아이들에게 영어동화를 읽어주고 있다. 서초구자원봉사센터 제공

“‘요나(영어 애칭) 쌤’ 언제 와요?”

서울 서초구 서초양재어린이집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영어동화를 읽어 주는 요나 쌤 시간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요나 쌤 김영아(38)씨는 외국계 금융회사를 10년 넘게 다니다 육아로 그만둔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다. 2년 전부터는 특기를 살려 동네 가정어린이집에서 영어동화를 읽어 주고 있다. 2015년부터 서초구가 운영 중인 이른바 ‘마마보노’로 활동의 일환이다. 엄마(mama)와 전문적인 분야에서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인 프로보노(probono)의 합성어인 마마보노는 지역의 고학력 경단녀의 재능을 나누고자 시작된 봉사활동 사업이다. 동화, 영어, 미술, 신체표현, 종이 접기, 숲 활동 등 특별활동 위주로 이뤄진다. 김씨는 “육아의 행복도 있지만 회사 경력이 아쉬워 봉사를 시작했다”며 “이제 막 말을 시작한 아이들이 ‘요나 쌤’을 기억하며 반겨 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학생, 초등학생 자매를 두고 있는 이민희(44)씨도 집 근처 가정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 주고, 미술활동을 지도하는 ‘마마보노’다. 유치원 교사로 6년 정도 일했던 그는 당시 관행상 결혼과 동시에 유치원을 그만둬야 했다. 우연찮게 마마보노 모집 공고를 본 이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오전 시간에 동네 가정어린이집에서 자신의 과거 경험과 재능을 나누고 있다. 그는 “특별활동을 하기 힘든 작은 어린이집에 가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나누는 게 보람 있다”며 “엄마의 마음으로 이웃의 아이를 공동으로 키운다는 공동육아 형태를 띠고 있어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마마보노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혜적으로 이뤄져 왔던 기존 봉사활동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최근 ‘황혼육아’라는 말이 있듯이 보육은 더 이상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녀노소가 공유하는 문제라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고학력 경단녀가 많은 지역의 인적 특성을 활용하고 있어 학부모와 해당 어린이집의 만족도도 높다. 서초양재어린이집의 이명우 원장은 “원아 연령이 낮은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보육교사들의 업무가 많고, 특별활동을 하기에도 제약이 많은데 엄마 봉사자들이 있어 감사하다”며 “아이들은 물론이고 비싼 특별활동비용 부담이 없어 학부모들도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으로 학부모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어린이집 문턱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엄마들은 보육교사의 노고를 알게 되고, 보육교사들도 업무 부담을 덜게 되는 건 덤이다. 사업이 3년차에 들어서면서 마마보노를 원하는 어린이집은 계속해서 늘고 있는데 자원봉사자가 부족한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초구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나라에서 아이를 키워 줘야 한다,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제도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며 “바뀌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우리 아이를 우리 마을에서 같이 키워 보자는 마마보노 취지에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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