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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입맛따라 널뛰는 교육과정… “백년대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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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입맛따라 널뛰는 교육과정… “백년대계는 없다”

입력
2014.10.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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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 역사ㆍ진보정권 시민교육 강조

2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EBS 수능 문제집을 고르고 있는 수험생.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2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EBS 수능 문제집을 고르고 있는 수험생.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군사정권 반공ㆍ도덕 교육 강화

유신 직후 국사교과서 국정화

국민윤리, 국책교과로 우선시

정권 홍보 수단으로 악용

문민정부 6차과정 최고 평가

국가주의 배제 시민 양성 교육

정권의 간섭없이 혁신적 시도

MB정부 땐 경제 교육 강조

교과 이기주의뿐 아니라 교육과정을 흔드는 주범으로 정치권력이 꼽힌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내용이 달라졌던 게 사실이다. 교육학계에서는 “사회과가 특히 정치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보수정권은 역사나 지리를, 진보정권은 시민교육을 강조한다”고 진단한다. 비교적 정치색이 적었던 8ㆍ15 광복 직후 미 군정청 학무국이 주도한 교과서나 6ㆍ25 이후인 1955년 1차 교과과정 때는 미국 교육사조에 따라 진보적 신교육이 강조됐다.

군사정권, 국사교과서 국정화

60년대 등장한 군사정권은 반공과 ‘국적 있는 교육’에 초점을 두고, 국사나 도덕 교과에 힘을 실었다. 이들 과목은 정권 홍보수단으로도 악용됐다. 군사정부는 63년 2차 교육과정에서 반공과 민족주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앞서 61년에는 학계나 교육계가 아닌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국사의 용어나 표기법 통일을 주도하는 일도 벌어졌다. 유신 직후인 73년 3차 교육과정에서는 국사를 사회과에서 떼어내 국정화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수능에서 선택과목이던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만들었다.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과거사 청산을 강조했던 노무현 정부 때는 한국근현대사가 선택과목으로 등장했다.

권위주의 정권은 국민윤리

국민윤리 과목이 탄생한 것은 3차 교육과정 때였다. 도덕ㆍ윤리를 교과로 갖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대만 정도다. 선진국에서는 범교과 차원에서 가르칠 뿐 독립된 과목의 형태는 없다. 이전 사회나 교련 교사가 가르치던 것을 81년 서울대 사범대학에 국민윤리교육과를 신설, 도덕ㆍ윤리 교사 양성 체제도 갖췄다. 고교에서 국어나 국사보다 우선시되는 국책 교과로 취급됐고, 대학에서도 교양필수로 이수하게 했다. 4~7차 교육과정 개정 당시 참여했던 최병모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윤리는 윤리인데 ‘국민’윤리라는 게 바로 이데올로기와 관련됐다는 방증”이라며 “반공이 국시이던 시절 ‘반공도덕’으로 있던 게 이름이 바뀌어 지금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그 흐름이 계속되면서 현행 교육과정 편제상 도덕ㆍ윤리는 사회과에 묶여 있지만 사실상 독립교과다.

2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두 여학생이 참고서를 고르고 있다. 교과서와 참고서 시장은 연 1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2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두 여학생이 참고서를 고르고 있다. 교과서와 참고서 시장은 연 1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경제 강조한 이명박 정부, 재테크 가르쳐

경제 살리기를 정권 모토로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는 경제과목을 강조했다. 당시 교과 개발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새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이미 고시까지 된 교육과정을 정부의 경제교육강화 기조에 따라 다시 만들라고 했다”며 “이를 거절하자 교육부가 현장 교사 15명을 차출해 10일 만에 뚝딱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교육부 요구는 중학교와 고1 사회 과목의 경제 영역 내용을 2배로 늘리라는 것이었다. 결국 정권 입맛대로 경제교육 내용이 강화됐고, 교과서 내용도 시장경제 체제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채워졌다. 경제과목에서 ‘시장 기능의 한계와 정부개입’이라는 단원 대신 ‘경제생활과 금융’이 들어가 자산과 부채 관리, 투자계획 등 재테크를 가르쳤는데,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쪽 입김이 작용한 결과였다. 학습부담을 덜기 위해 영역별 선택과목을 2개로 줄이면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던 경제지리가 빠지게 된 반면 경제는 단독 과목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게 된 것이다.

6차 교육과정 가장 높이 쳐

교육계에서 가장 높이 치는 것은 95년 6공화국 시절 개발해 문민정부에서 시행된 6차 교육과정이다. 김영석 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정권이 교육과정에 간섭하지 않았고, 혁신적 시도가 많았다”며 “교육과정에서 국가주의적 요소를 배제하는 등 국민에서 시민으로의 교육과정 변화를 꾀했다”고 평가했다. 김효수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은 “당시 공통사회 상(上)이 역대 가장 통합적인 교과서였다”며 “다만 교사들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수능과 함께 도입돼, 사교육 팽창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회상했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통합적으로 가르쳤던 일명 ‘손사탐’(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과 이범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등이 사교육 시장에서 스타강사로 이름을 날린 것도 이 때였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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