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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금융위기, 신흥시장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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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금융위기, 신흥시장 확산

입력
2018.08.14 17:57
수정
2018.08.14 22: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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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화 다소 진정 기미 속

아르헨ㆍ인도 등도 환율 치솟아

미국과 갈등 확산 불안감 증폭

“1998년 외환위기 재현”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P 연합뉴스

리라화 가치의 급락으로 터키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신흥시장의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의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지만 사태가 추가로 악화할 경우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터키 리라화가 연일 폭락하면서 세계 곳곳의 신흥국 통화 가치와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아르헨티나는 13일(현지시간) 페소화가 6거래일 연속 하락해 장중 한 때 달러 대비 환율이 사상 최고치인 30.50까지 치솟았다. 아르헨티나 금융당국은 기준금리를 45%로 5%포인트 전격 인상, 환율방어에 나섰다. 45% 기준금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도 루피화 가치도 14일(현지시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루피화 환율은 이날 오전 한 때 달러 대비 환율이 70.80루피로 치솟으면서 사상 처음으로 70달러를 돌파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전날 0.5% 하락해 3일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멕시코 페소화도 1.1% 내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전날 장중 한때 10%넘게 추락했다가 반등에 성공해 2.3%하락으로 마감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이날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작년 5월26일 이후 최고치인 6.8695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 최저치를 갱신했던 터키 리라화 가치는 터키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방침의 영향으로 이날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로 미국과 터키 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금융시장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정의개발당 심포지엄에서 연설하던 도중 “우리는 미국 전자제품을 보이콧할 것이다. 그들에게 아이폰이 있다면 다른 쪽에는 삼성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베스텔(스마트폰을 생산하는 터키 전자기업)이 있다”라고 발언하는 등 반미 태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터키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 등 시장이 요구하는 조치를 외면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JP모건 신흥시장 통화지수(EMCI)는 지난 13일 61.30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흥국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MSCI 신흥시장지수도 4거래일 연속 하락한 1,043.30으로 13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터키 사태가 신흥시장 전체로 확산될지 여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국제금융센터는 “외화부채 과다와 유동성 부족에 따른 터키의 위기가 남아공과 러시아 등 다른 신흥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데이브 라퍼티 나티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신흥시장 불안은 펀더멘털이 아닌 시장 심리에 따른 것”이라며 터키와 다른 신흥국 간 연계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터키 위기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유사하다”고 경고하는 등 사태가 추가로 악화할 경우 지구촌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큰 이견이 없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터키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터키는 연일 미국을 비난하며 새로운 동맹을 찾겠다고 공언했고,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재편을 도모하는 중국 입장에선 반미연대의 한 축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벌써부터 중국이 터키 정부가 발행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매입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법이 거론된다. 다만 이는 미국의 또 다른 무역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터키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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