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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기록적 물폭탄 왜?… 폭염 품은 서풍-습기 머금은 동풍 ‘대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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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기록적 물폭탄 왜?… 폭염 품은 서풍-습기 머금은 동풍 ‘대충돌’

입력
2018.08.06 17:10
수정
2018.08.06 19: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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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1시간 동안 93㎜ 쏟아져

태풍 루사 이후 두번째 강우량

“최대 50㎜” 예보 완전히 빗나가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6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인근 진안상가 상인이 참수된 점포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6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인근 진안상가 상인이 참수된 점포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강원 강릉시에 6일 오전 시간당 9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시내 곳곳이 물난리를 겪었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대기 불안정에 의한 지형적 원인이라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강릉을 덮친 비의 양은 93㎜에 달했다. 빗방물이 가늘어진 이날 오후 3시까지 내린 비 182㎜의 절반 가량이 불과 1시간 동안 집중됐다. 이는 사상 최대 시간당 강우량을 기록했던 2002년 8월31일 태풍 ‘루사’ 당시 100.5㎜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폭우다. 속초와 고성 등 영동 북부지역에서도 전날부터 이날 오후까지 최대 275㎜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져 시내 전역이 흙탕물 범벅이 됐다.

지난 5일 밤부터 5~50㎜의 비가 내릴 것이라던 기상청의 예보를 비웃듯 쏟아진 물폭탄으로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경포해수욕장 인근 강릉 진안상가 9개 점포가 흙탕물에 잠겨 16년 전 태풍 루사 때의 악몽이 재현됐다. 상인 김모(71)씨는 “새벽부터 모래주머니를 쌓고 바가지로 물을 퍼내도 차오르는 빗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어떻게 복구를 해야 할 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일부 점포는 폭우로 전기가 끊어져 활어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허병관(56) 강릉시의원은 “피서철에 물폭탄을 맞아 상인들의 피해가 더 커졌다”며 “재개발과 배수시설 확대 등 집중호우로부터 상인들을 보호할 대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전 KTX강릉역 1층이 침수되고 안목삼거리가 통제되는 등 강릉과 속초, 동해, 고성에서 224건의 비 피해가 접수됐다.

시간당 93㎜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진 6일 오전 강릉시 포남동의 한 주택가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릉시 제공
시간당 93㎜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진 6일 오전 강릉시 포남동의 한 주택가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릉시 제공

예상치 못한 폭우가 쏟아지자 기상청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기상청은 영동지역의 지난 5일부터 6일 사이 북한지역에서 내려온 구름대 영향으로 시간당 최대 강수량을 시간당 30㎜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보다 3배가 넘는 호우가 쏟아져 체면을 구겼다.

영동지역에 내린 폭우는 폭염이 자리잡고 있는 서풍과 많은 습기를 머금은 저기압의 동풍이 백두대간에서 충돌한 것이 원인이라고 기상청은 분석하고 있다. 서쪽의 고온 건조한 폭염 기류와 동해안에서 불어온 습기를 머금은 기류가 백두대간에서 충돌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졌고, 강한 비구름대가 만들어지면서 기록적인 폭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불안정으로 적지 않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렇게 비구름대가 발달해 기습 폭우로 이어질 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 피해를 입은 영동지역 주민들과 네티즌들이 기상청의 엇나간 예보에 불만을 드러내는 등 다시 한번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다.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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