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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겠다는 사람 많아질수록… 공동체는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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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겠다는 사람 많아질수록… 공동체는 진화

입력
2017.01.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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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한 성숙

우치다 타츠루 지음ㆍ김경원 옮김

바다출판사ㆍ328쪽ㆍ13,800원

“책임을 지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을 질 줄 안다는 것이다’라는 흔한 명제에 대한 태클로 이 책은 시작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버리면 원상태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물건을 망가뜨린 뒤 사과를 하고, 사람을 죽인 뒤 용서를 구하지만 ‘죄송하다’ 한마디로 끝내기에 당한 사람은 상처가 너무 크다. 현대 일본의 대표 사상가인 우치다 타츠루는 신간 ‘곤란한 성숙’에서 “이미 저지른 죄에 대해 인간이 충분한 보상을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전작 ‘어른 없는 사회’를 통해 공동체를 지속하는 데 관심 없는 현대인을 꼬집었던 저자는 이번에도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책임진다는 말 한마디로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내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 발생할 확률은 줄어들게 된다. 우치다는 책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모여 좀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예컨대 모두가 꺼려하는 ‘눈 치우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성숙한 시민이 되는 건 쉽지 않기에 책 제목도 ‘곤란한 성숙’이다.

이 책은 우치다가 웹진 ‘야간비행’을 통해 수년 간 연재해 온 상담글을 엮었다. 현대 일본 사회에 만연한 청년실업 문제와 획일화된 교육, 일에 치이는 사람들, 청춘이 사라진 삶 등을 짚어내는 데 배경을 한국으로 바꾼 뒤 읽어도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 우치다는 “인간은 생산하는 일에 지치는 게 아니라 통제 당하는 일에 지친다”며 노동자 권리는 팽개쳐지고 관리자 힘은 비대해진 현대 생산구조를 꼬집는다. “자신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방법이 아니라 공동체를 살아남게 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1등 만능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우려한다. 성숙한 시민들이 모여 만드는 공동체를 강조하지만 “자신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에게 처벌과 배제를 요구하는 마음”은 애국심이 아니다.

우치다가 던진 화두는 다양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타인을 수용하는 능력’으로 귀결된다. 단순히 ‘착하게 살자’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도 있을 법한 내용이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튀어나오는 저자의 질문으로 심심하지만은 않다. 나라를 책임지는 위치에 계신 분들이 이 질문에 고민하며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 남는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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