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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미디어 전쟁-종편 선정 그 후] <1> 특혜 퍼주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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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미디어 전쟁-종편 선정 그 후] <1> 특혜 퍼주기 논란

입력
2011.01.0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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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당초 종합편성(종편)채널 사업자 수를 미리 정하는 대신, 일정 점수를 충족하면 모두 사업권을 주는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하면서 “결과는 시장 경쟁에 맡기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종편 사업자 선정 발표 이후 미디어업계의 관심은 온통 종편에 주어질 추가 특혜에 쏠려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0.7%대에 머물고 있는 국내 광고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종편의 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해 보이는 탓이다. 정부가 ‘조중동 방송’ 만들기란 비판을 무릅쓰고 온갖 무리수를 두며 선정한 종편 사업자들이 고사하게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쟁 논리에 편승해 종편 사업권을 따낸 사업자들도 대놓고 특혜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일자 8면 기사에서 “종편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2~3년간 케이블TV의 낮은 채널 번호를 확보해야 한다”는 한 교수의 견해를 싣고, 이어 “후발 통신 사업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비대칭 규제)이 이뤄졌듯이 종편 사업자들에게도 비슷한 형태의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인 것처럼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1일자 2면 기사에서 ‘채널번호 배정 배려 필요’를 소제목으로 뽑았다.

그러나 한국일보가 언론 관련 학자 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나타난 의견은 오히려 특혜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먼저 가장 첨예한 논란이 예상되는 채널 배정과 관련해 17명은 ‘철저히 시장 논리(사업자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유리한 채널 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2명뿐이었다.

상당수 언론학자들은 법으로 명시된 종편의 의무전송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요구했다. ‘법대로 의무전송해야 한다’는 견해는 7명에 그쳤고, 3명은 ‘법을 개정해 의무전송 사업자 수를 제한해야 한다’, 13명은 ‘의무전송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의무전송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상업방송에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한 응답자는 ‘지상파 방송도 KBS와 EBS만 의무전송 대상이고 MBC SBS는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종편을 의무전송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종편 의무전송으로 지역 방송사들이 초토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현행 법에 따르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와 위성방송사업자는 종편 채널을 반드시 편성해야 한다. 종편 사업자들은 아무런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1,500만가구에 이르는 전국 케이블TV 가입자들에게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종편은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하루 19시간만 방송할 수 있는 지상파와 달리 24시간 방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간 광고도 할 수 있고, 프로그램 심의 등에서도 지상파에 비해 약한 규제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새해 업무보고에서 내놓은 광고금지품목 해제 등 조치를 종편에 우선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종편 선정에 반대해 온 언론ㆍ시민 단체들은 앞으로 종편에 추가적 특혜를 주는 것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모으기로 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 언론학과 교수 26명 설문

● 4개 사업자 수 적정한가/ 23명 "시장규모 비해 사업자 너무 많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종편 사업자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 등 4곳을 선정했다. 방통위가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했을 때부터 사업자를 여럿 선정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신청한 6곳 중 무려 4곳이 선정되자 선정된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가 2일 전국 대학의 언론 관련 학과 교수 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23명이 '너무 많다'고 응답했다. 종편 사업자들이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2명이 3년 이내, 11명이 3~5년, 12명이 5년 이상으로 전망했다. 특히 5년 이상이라고 답한 언론학자 중 일부는 '한두 곳만 살아남을 것' '(모든 사업자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별도 의견을 달기도 했다.

방통위의 종편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에선 긍정적 3명, 보통 4명, 부정적 8명, 매우 부정적 11명으로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부정적 평가의 사유로는 '예상대로 조중동 방송 만들기의 완결판' '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고려나 대책 없이 연내 사업자 선정에만 집착' '권언유착 심화 '미디어 시장 무모한 경쟁 증대' '시장경쟁 논리만 내세워 정책 기관으로서 책임 회피' 등이 언급됐다. 긍정적이란 답변에는 '약속한 일정을 마무리해 방송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4곳 중 가장 경쟁력이 있는 사업자로는 16명이 중앙일보(법인명 jTBC)를 꼽았다. '과거 TBC 운영 경험' '삼성과의 특수 관계' '자금력 우위' 등이 이유였다. 이어 3명이 매일경제신문(MBS), 1명이 조선일보(CSTV)를 들었다.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자로는 '지나친 정파성' '자금력 부족' 등을 이유로 11명이 동아일보(채널A)를 들었으며, 2명은 조선일보를 거론했다.

● 여론 다양성·콘텐츠 질은/ 18명 "보수편향의 불공정 보도 심화될 것"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초 지상파의 독점 구조를 깨고 여론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종편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종편 사업자 선정을 추진했다. 방송 시장에서의 경쟁 활성화로 방송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 관련 학자들의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종편이 여론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18명이 부정적이라는 의견(부정적 6명ㆍ매우 부정적 12명)을 내놨고, 3명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긍정적 전망은 5명에 그쳤다. 부정적 평가자는 '신문을 통해 이미 여론 형성 기능을 하는 종편 사업자들이 새로운 시각과 의견을 대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지상파가 이미 보수화했는데 보수 신문들이 종편 진출이 무슨 여론 다양성을 가져오겠느냐'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종편의 등장이 저널리즘 전반의 질적 수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 1명, 긍정적 3명, 변화 없음 5명, 부정적 7명, 매우 부정적 10명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학자들은 '보수 편향의 불공정 보도 심화' '시청률을 노린 선정성 경쟁' '폭로와 비판을 무기로 광고주를 압박하는 식으로 기업과 소비자 부담 증가' 등을 우려했다.

방송 콘텐츠의 질에 미칠 영향의 경우 긍정적 9명, 변화 없음 2명, 부정적 7명, 매우 부정적 7명으로 여론 및 저널리즘 분야에 비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긍정적 평가자들은 '종편이 틈새시장 등을 파고들어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어 줄 것' '종편끼리 경쟁이 높아져 콘텐츠 질을 높이지 않을 수 없을 것'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종편이 방송 초기 킬러 콘텐츠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그램으로는 8명이 '미국 폭스TV처럼 정치색이 뚜렷한 뉴스ㆍ시사 프로그램', 15명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오락물'을 꼽았다.

● MMS 도입·광고 시장은/ 18명 "광고금지품목 규제 완화에 반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새해 업무보고에서 지상파 다채널서비스(MMS) 도입 검토, 생수ㆍ전문의약품 등 광고금지품목 해제 등을 방송광고 시장 확대 방침을 내놓았다. MMS 도입 검토에 대해서는 '종편 선정에 따른 지상파 달래기'라는 비판이, 광고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종편 먹을 거리 챙겨 주기'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방통위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인데 언론 관련 학자들은 이들 정책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먼저 MMS에 대해 '당장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3명에 그쳤다. 가장 많은 16명은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답했고, 4명은 'MMS를 도입하되 채널 운용을 기존 지상파가 아닌 새 사업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응답했다. 2명은 도입에 반대했다.

광고규제 완화 방침과 관련, 광고금지품목 해제에 대해서는 찬성이 7명, 반대가 18명으로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광고총량제 도입에는 8명이 찬성했고, 15명이 반대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에 대해서도 찬성은 6명에 그쳤고, 반대가 19명에 달했다.

●설문에 응해 주신 분

강명현(한림대) 강상현(연세대) 권혁남(전북대) 김경환(상지대) 김남석(경남대) 김서중(성공회대) 김승수(전북대) 김재영(충남대) 김현주(광운대) 박창희(숭실대) 손영준(국민대) 송종현(선문대) 송해룡(성균관대) 심재철(고려대) 원용진(서강대) 윤석민(서울대) 윤태진(연세대) 이기형(경희대) 이민규(중앙대) 이진로(영산대) 정인숙(경원대) 주정민(전남대) 최영묵(성공회대) 하주용(인하대) 한진만(강원대) 황상재(한양대) ★ 26명·가나다 순·모두 언론관련학과 교수로 학과명 표기하지 않음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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