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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원도 공석인 사면심사위, ‘거수기’우려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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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원도 공석인 사면심사위, ‘거수기’우려 키운다

입력
2016.08.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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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공언한 8ㆍ15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대상과 범위를 둘러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인은 배제되고 재벌 총수 등 주요 경제인이 포함될 거라는 소문이 돌더니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는 청와대에 줄을 대려는 기업체 임원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고도 한다. 이런 얘기 자체가 특별사면의 원칙과 기준의 불투명성을 보여 준다.

현행 사면제도의 문제는 유명무실한 사면심사위원회 운영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면대상자 명단은 청와대 보고에 앞서 법무부에 설치된 사면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심사위는 일부 위원이 공석 상태다. 법무장관 등 공무원 4명과 외부인사 5명 등 모두 9명의 위원 가운데 외부인사 2명의 자리가 비어 있다고 한다. 일정을 감안하면 며칠 안에 심사위원회가 열려야 하는데 회의 참석자도 정해져 있지 않은 셈이다. 그러니 정부 측 위원 주도로 청와대와 법무부가 마련한 명단을 추인하는 거수기 노릇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파다하다.

사면심사위는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사면권 오남용이 계속되자 사면권 통제를 위해 2012년 법을 개정해 만들었다. 그러나 심사위 구성에서 여전히 대통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데다 몇 시간 만에 심사를 마치는 등 형식적 역할로 독립성을 의심받아 왔다. 이번에는 외부위원을 공석으로 놔둔 것을 보면 대놓고 졸속심의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광복절 특사는 명분부터가 불분명하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우리 경제가 어려움이 많아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사면을 하고자 한다”고 말해 사면이 공식화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겠다며 특별사면을 했다. 광복절이 사면 연례행사화의 명분이 된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불법 비리 기업인 사면 불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후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 남발은 이런 다짐을 무색하게 한다. 사회 지도층 인사의 비리는 일반 범죄자에 비해 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이번 광복절 특사 경제인 포함 여부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이 60.6%로 찬성의 두 배가 넘었다. 국회에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기도 하다. 사면 대상과 절차에 객관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마련한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과 같이 우리도 사면권 오남용 방지를 위한 한결 정교한 장치가 필요하다. 원칙 없고 무분별한 사면은 사법체계를 흔들고 국민의 법 감정을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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