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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납치극 연출' 맥심코리아 표지, 나라 망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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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납치극 연출' 맥심코리아 표지, 나라 망신으로

입력
2015.09.0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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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성범죄 미화" 비난

잡지 배포 중단 온라인 청원 중

英 잡지 "역대 최악 표지" 이어

美 맥심 본사서도 규탄 성명

여성 납치ㆍ살해를 소재로 한 성인 남성 잡지 맥심코리아의 9월호 표지가 국제적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성범죄를 미화한 역사상 최악의 표지라는 영국 코스모폴리탄의 지적에 이어 “심각하게 문제적인 기사와 표지에 강력한 규탄을 표한다”는 미국 맥심 본사의 성명까지 나왔다.

지난달 중순 발간된 맥심 9월호는 ‘THE REAL BAD GUY(진짜 나쁜 남자)’라는 카피와 함께 험악한 표정의 남성(배우 김병옥씨)이 테이프로 결박된 여성의 두 다리가 트렁크 바깥으로 나와 있는 자동차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장면을 표지로 실었다. 관련 기사에는 트렁크 안 여성의 앵글에서 바라본 협박하는 남성의 모습, 이 남성이 불룩한 검정 쓰레기 봉투를 끌고 저수지로 가는 모습 등의 사진이 추가로 게재됐다. 사진 옆에는 “여자들이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고? 진짜 나쁜 남자는 바로 이런 거다. 좋아 죽겠지?” 등의 문구가 실려 있다.

여성 납치ㆍ강간ㆍ살해ㆍ유기의 성범죄를 강력하게 환기시키는 이 사진들이 공개되자마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맥심코리아가 명백한 성범죄를 미화하고 낭만화한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논란은 맥심코리아측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글에서 “살인, 사체유기의 흉악범죄를 누아르 영화적으로 연출한 것은 맞지만 성범죄적 요소는 화보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하면서 더 거세졌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여성가족부 등을 대상으로 잡지 배포를 중단해달라는 온라인 청원운동이 벌어져 3일 오후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을 했다. 청원서는 “여성들에게 현실적 공포 대상인 강력범죄의 가해자를 카리스마 있는 남성으로 미화하고 피해자인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조롱한 맥심코리아 편집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범죄행위를 ‘남성성’과 ‘나쁜 남자’의 판타지로 포장해 심각한 현실을 정당화하는 것, 그 자체가 폭력”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해외 언론이 이 사건을 다루며 국제적으로 비화했다. 2일 영국 코스모폴리탄은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수많은 것들이 잘못된 화보”라는 비판 칼럼을 인터넷판에 게재하면서 여성에 대한 범죄를 미화한 것, 제때 답문자를 안 보내는 ‘나쁜 남자’와 납치ㆍ살해범의 경계를 흐려놓은 것, 카피를 통해 나쁜 남자를 좋아하면 결국 이렇게 될 것이라는 뉘앙스로 희생자를 비난한 것 등을 잘못으로 지적했다. 이어 결혼한 여성의 53.8%가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는 2010년도의 한국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한국의 가정범죄율이 얼마나 높은지를 고려하면 더더욱 충격적인 화보기사”라고 비판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도 “강력 성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지 그것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이런 화보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고려해달라”는 청원서 내용을 인용하며, 이 사건을 여성 사이트의 주요기사로 배치했다. 미국 맥심 본사는 3일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맥심코리아가 발행한 화보와 기사는 심히 우려스럽다“며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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