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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에서 김애란까지 100년…황석영과 함께 걷는 문학의 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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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에서 김애란까지 100년…황석영과 함께 걷는 문학의 여로

입력
2015.01.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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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단편 101편 해설과 함께 출간

소설가 황석영씨가 한국 단편소설 중 101편을 선정해 해설을 붙인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이 출간됐다. 29일 열린 간담회에서 황씨는 “우리시대 한국문학에 바치는 헌사”라고 말했다. 문학동네 제공
소설가 황석영씨가 한국 단편소설 중 101편을 선정해 해설을 붙인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이 출간됐다. 29일 열린 간담회에서 황씨는 “우리시대 한국문학에 바치는 헌사”라고 말했다. 문학동네 제공

“이 책은 우리 시대 한국문학에 바치는 나의 헌사입니다. 곡절 많은 이 땅의 삶을 담아낸 한국 문학의 품격과 위엄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설가 황석영이 지난 100년간 발표된 한국 단편소설 중 101편을 선정하고 해설을 붙인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101’(문학동네?전 10권)이 출간됐다. 2011년 11월 11일 염상섭의 ‘전화’를 시작으로 문학동네 온라인 카페에 연재를 시작한 글은 지난해 11월 5일 김애란의 ‘서른’을 마지막으로 3년 간의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29일 서울 마포구의 까페 꼼마 2호점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는 황씨와 시리즈의 공동기획자인 문학평론가 신수정씨가 참석해 집필 과정을 공개했다.

황씨와 신씨는 식민지 시대부터 2000년대까지 101편의 작품을 가려 뽑았다. 황씨는 “작가가 최전성기 때 쓴 작품을 우선으로 고르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서슴지 않고 선택했다”고 말했다. 매 작품에 딸린 해설글에는 작품에 대한 평가와 느낀 점도 있지만 상당 부분 작가 개인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해방, 한국전쟁, 유신 등 한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우진영으로 양분된 문단과 문인의 역사를, 황씨는 직접 보고 들은 자의 특권으로 상세하게 서술한다. 특정 사태에 대한 외부와 내부의 시선이 늘 엇갈리듯, 그가 본 문단사에서 좌우는 없다. 오로지 문학에 목숨을 바친 이들뿐이다.

소위 보수진영 작가로 자신과 다른 노선을 걸어온 이문열씨에 대해 황씨는 뉴욕 체류 시절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북한 체제와 통일에 대해 논쟁했던 일화를 꺼내 놓는다. 북한 체제를 맹렬히 비난하면서도 취기가 오르자 월북한 아버지 소식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하는 이씨를 위해 황씨는 유엔 북한대표부에게 부탁해 받은 자료를 넘겨준다. “그 종이를 들여다보고 있던 이문열이 고개를 돌리더니 갑자기 무너지듯이 허리를 굽히고는 입을 꼭 다물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그 처절한 장면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눈시울을 닦았다.”

이태준, 정지용, 이기영 등 월북 작가들의 삶에 대해서는 1989년 방북 시 조사했던 자료들을 바탕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까지 충실하게 옮겼다. 이기영(1984년 작고)의 집을 방문했을 때는 노처와 맏딸, 맏며느리 등 일가족이 황씨를 반겼다고 한다. “마침 남쪽에서 월북 문인의 작품이 해금되어 그의 대하소설 ‘두만강’이 출판되었을 때여서, 남에 있던 손자님께 출판사 측이 인세를 드리고 기념사업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더니 온 가족이 한참이나 침묵했다. 나중에 내가 그 집을 나올 때 맏며느리가 따라 나오며 ‘이남에 계신 손자님께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고 나직하게 말했다.”

선집은 젊은 작가들에게도 상당한 비중을 할애했다. 기존의 한국 문학 선집이 이미 출간된 것에 젊은 작가들 작품을 덧붙이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황씨는 천명관에 대해 “중구난방의 이야기꾼”, 박형서는 “이야기를 통해 주술적 해몽의 권한까지 놓지 않으려는 ‘고전적 유형’의 이야기꾼”, 박민규는 “현실과 접속한 디지털 구라”라는 애정 어린 평가를 붙였다.

신수정씨는 선집을 기획하며 “문단 100년을 이끈 작가들의 면면뿐 아니라 황석영이란 작가를 더 가까이 알 수 있었다”면서 “(이 선집은) 한국 문학사 정리인 한편 문학사로 보는 황석영 론”이라고 표현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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