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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벌의 환심사기

입력
2015.08.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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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이 태극기로 물결치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와 지자체에 이어 기업들이 속속 태극기 내걸기에 동참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건물 외벽에 내건 대형 태극기가 특히 눈에 띈다. 롯데그룹은 광복 70주년 의미를 살려 롯데월드타워 70층에 초대형 태극기를 만들었다. ‘국내 최고 높이’‘1억 원 이상의 비용’을 한껏 강조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한화 사옥에도 웬만한 건물 몇 개 층 크기의 태극기가 내걸렸다. 태극기 사랑은 좋지만 대기업들에 대해선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불거진 부정적 이슈를 잠재우기 위한 ‘애국심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 롯데와 SK, 한화그룹은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요청에 재빨리 화답했다. 롯데는 2018년까지 2만4,00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SK는 2년 동안 2만 명의 창업을 지원하고, 한화는 2017년까지 1만7,569명을 고용하겠다고 했다. 역시 청년 고용에 적극 나서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수천억 원 이상 돈이 드는 큰 사업이 며칠 만에 뚝딱 나올 수 있는 건지 의문이다. 당장 롯데가 2만 명 이상 고용하려면 임금만 연 1조원이 들 걸로 추산된다. 공교롭게도 이들 그룹 모두 정부의 선처를 바라는 처지에 놓여있다.

▦ 대기업들이 국민 마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이지만 볼썽사나운 행태는 여전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을 당시 한진그룹 계열의 인하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의사를 불러 진료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구치소에서 하루 평균 3번 꼴로 면회도 했다. 두 개뿐인 여성 접견실 가운데 하나를 종일 독차지해 다른 재소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하루 평균 3차례가 넘는 ‘황제 면회’를 했다. 변호사 면회 공간을 개인 휴게실처럼 사용한 셈이다.

▦ 정부가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에서 기업인을 최소화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롯데 사태를 비롯해 재벌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대상에 포함된 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도 복권은 해주지 않아 등기이사를 비롯한 공식직함은 가질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관련 대기업들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재벌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면 이토록 애간장을 태울 필요가 없었을 듯싶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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