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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불평등 더 심해지고 개선 가능성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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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불평등 더 심해지고 개선 가능성도 없다"

입력
2014.09.0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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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경제서적 불구 美서 50만부 팔려나가 국내도 벌써 4000부 예약

"富의 소수 집중 해결하려면 누진적 소득세율 인상 세계 자본세 도입해야" 강조

피케티 주장 반박하는 책들도 잇달아 출간

2011년 10월 미국 뉴욕 월가를 점령한 시위대가 월가의 탐욕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1년 10월 미국 뉴욕 월가를 점령한 시위대가 월가의 탐욕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지음ㆍ장경덕 등 옮김

글항아리 발행ㆍ3만3,000원

열풍이 상륙한다. 미국에서만 50만부가 팔린 인기 서적이다. 서점가는 기대에 차있다. 벌써 4,000부 정도 예약됐다. 출판계는 2,000부 예약도 상업적 성공으로 간주한다. 전문 경제서적으로선 반란에 가까운 판매가 예상된다. 10만부 판매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느냐는 예측도 나온다. 11일 발매되는 ‘21세기 자본’의 베스트셀러 등극은 예정돼 있는 듯 하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이 책이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 봄 한국에서도 한차례 바람이 불었다. 저자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경제학 스타로 떠올랐고 ‘21세기 자본’이 담은 내용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피케티를 칼 마르크스의 재림이라 격찬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얼치기 좌파라는 비판이 좌우 진영에서 나오기도 했다. 번역서가 한국에서 나오면서 다시 ‘피케티 열풍’이 불 조짐이고 논쟁도 재현될 전망이다.

‘21세기 자본’은 부의 분배를 다룬다. 19세기 마르크스의 주장처럼 부와 권력이 필연적으로 소수에 집중되는지, 20세기 경제학자 사이먼 크즈네츠의 의견대로 성장과 경쟁, 기술적 진보에 따라 불평등이 줄어드는지 살핀다. 피케티는 부의 집중이 심화됐는지 완화됐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300년에 걸친 20개국 이상의 역사를 돌아본다.

피케티의 결론은 이렇다. “현대의 경제성장과 지식의 확산 덕분에 마르크스적인 종말은 피해갈 수 있었지만, 자본과 불평등의 심층적인 구조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자본주의는 자의적이고 견딜 수 없는 불평등을 자동적으로 양산하게 된다.”

피케티는 이와 함께 “19세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으며, 21세기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또 인구 성장과 기술 진보가 한계에 이르러 부의 불평등을 완화할 경제성장률은 기대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돈이 돈을 버는(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부자의 자손만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세습 자본주의의 도래도 예감한다.

그래서 피케티는 부의 소수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진적 소득세율의 인상을 제안한다. 그는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와 대처주의의 등장으로 소득세율이 급락하면서 고위 경영진들의 비정상적인 연봉 올리기 경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최고소득세율을 80%로 올리면 노동의욕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부의 불평등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 자본세의 도입도 제안한다. 부채를 뺀 순자산에 대해 소득세와 마찬가지의 누진세율을 적용한 자본세 도입을 주장한다. 아울러 부자들이 세금을 피해 국적을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세계 자본세를 부과하자고 말한다.

피케티 열풍은 불평등에 대한 세인의 관심 증대와 연계돼 있다. 마이클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처럼 시류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 따른다. 책의 해제를 맡은 이정우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시대적 상황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지난 30년간 불평등이 심해졌고 21세기는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개선될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하니 주목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21세기 자본’의 발매에 맞춰 피케티의 주장을 반박하는 책들도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등이 공저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 읽기’(백년동안 출간)가 지난달 나왔고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의 ‘위대한 탈출’(한국경제신문 출간)이 3일 서점가에 등장했다.

현진권 원장은 “경제는 성장과 분배 측면에서 함께 다뤄야 하는데 피케티는 분배만 바라본다”며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는 묘사가 많은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현 원장은 “‘21세기 자본’은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이면서도 구입 뒤 가장 많이 읽지 않는 책으로도 유명하다”며 “다만 300년 동안의 실증 분석은 분명 경제학 분야에 큰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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