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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아’ 왕세자가 후계… ‘아버지’ 잃은 태국의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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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아’ 왕세자가 후계… ‘아버지’ 잃은 태국의 혼란

입력
2016.10.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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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한 품성ㆍ복잡한 개인사 등

와치랄롱콘 왕세자에 부정적 평가

공주들과 달리 공적 업무 무관심

군부 독재권력 강화 전망 두드러져

14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한 여성 추모객이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죽음을 추모하는 행렬 가운데서 국왕의 사진이 실린 신문을 끌어안은 채 흐느끼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14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한 여성 추모객이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죽음을 추모하는 행렬 가운데서 국왕의 사진이 실린 신문을 끌어안은 채 흐느끼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태국 현지 일간 영자지 방콕포스트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서거를 ‘시대의 종언’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태국 현대사의 증인’으로 불리던 푸미폰 국왕이 떠난 태국의 미래는 미지수투성이다. 당장 차기 국왕으로 등극할 마하 와치랄롱콘(64) 왕세자의 과격한 품성과 복잡한 개인사 등이 불안요소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추모정국을 구실로 독재권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프라윳 찬오차 총리는 13일 국왕 서거를 발표하면서 “국왕이 1972년 후계자로 지명한 왕세자의 왕위 승계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미폰 국왕이 몸져누운 이후 와치랄롱콘 왕세자가 일으킨 사적 논란, 군부가 꺼리는 탁신 친나왓(67) 전 총리와의 친분, 프렘 틴나술라논(96) 추밀원장 등 군부 출신 국가원로들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왕세자가 왕위를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일단 총리의 발표로 정국 불안은 가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와치랄롱콘 왕세자가 즉위하더라도 오래도록 정국의 조정자 역할을 맡아 온 푸미폰 국왕만큼 존경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왕세자는 세 명의 공주들과 달리 공적인 업무에는 관심이 없었다. 왕실 운영 비전이나 태국 정치의 방향을 제시한 적도 없다. 오히려 방탕한 생활과 괴팍한 행동으로 유명세를 탔다. 2007년에는 훗날 왕세자비가 되는 내연의 여성 시랏 수와디와 명예 공군 대장으로 임명한 애견 푸들을 데리고 반나체로 생일잔치를 즐기는 영상이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고 최근에는 독일 뮌헨 공항에서 상반신이 드러나는 상의와 청바지를 입은 채 조종사의 경례를 받는 모습이 독일 언론의 카메라에 잡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와치랄롱콘 왕세자의 잔혹한 성격도 논란거리다. 세 차례 이혼한 왕세자는 옛 가족과 친지에 냉혹한 태도를 보였다. 2014년 이혼한 세 번째 부인 시랏 전 왕세자비의 가족은 지난해 왕실모독죄 등의 혐의로 수감됐다. 왕세자와 가까웠던 경찰간부 프라콤 와룬파파와 유명한 점쟁이 수리얀 수자릿팔라웡은 왕실 측근을 사칭했다는 이유로 2015년 11월 수감된 후 옥중에서 자살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두 사건을 두고 “왕세자가 부왕의 카리스마와 공공 영역에 대한 봉사정신 대신 공포와 폭력을 구사해 통치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프라윳 총리를 위시한 군부는 왕세자를 차기 권력의 상징으로 점 찍고 그의 대중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 왔다. 와치랄롱콘 왕세자는 지난해 모친 시리킷 왕비와 부친 푸미폰 국왕의 생일을 기념해 각각 6월과 12월에 열린 대규모 자전거 타기 행사를 주최하는 등, 국왕을 대신해 왕실의 공개 업무를 관장했다. 올해 9월에 프라윳 총리는 왕세자와 사이가 좋지 않은 프렘 추밀원장이 지지한 차름차이 시티삿 장군을 육군사령관에 임명했고, 차름차이 사령관은 3일 취임하며 “내가 있는 한 또 다른 쿠데타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를 토대로 외신은 대체로 정치적 혼란보다 군부의 독재권력 강화를 전망하고 있다. 프라윳 총리가 신화의 반열에 오른 푸미폰 국왕과 그 후계자인 와치랄롱콘 왕세자를 등에 업은 채 내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권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왕 추모기간에는 왕실에 대한 언급은 물론 정치분쟁도 금기시될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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