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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발암물질? 당신이 알아야 할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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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발암물질? 당신이 알아야 할 4가지

입력
2015.10.2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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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 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6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붉은 고기는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파장은 거세다. 누구나 즐겨 먹는 식품인 소시지와 햄에 발암물질 낙인이 찍혔으니 전세계 곳곳이 난리다. 나라를 불문하고 소비자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육가공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시지나 햄, 먹어도 괜찮은 걸까. 전문가 4인에게 꼬치꼬치 물었다.

1. '1급' 아니라 '1군' 발암물질

WHO는 이번 발표에서 전세계 10개국 22명의 전문가가 800여건에 달하는 방대한 문헌을 분석한 근거로 소시지, 햄, 베이컨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Group1)로 지정했다. 1군 발암물질에는 석면·벤젠·벤조피렌 등 맹독성 유해물질 이외에도 담배·술·햇빛·자외선·미세먼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같은 음식 중엔 젓갈도 몇 년 전 이름을 올렸다.

1군 발암물질의 분류 기준은 뭘까. IARC는 수많은 연구 문헌을 바탕으로 발암물질을 1군부터 4군까지 나눈다. 최성희 식품안전정보원 본부장은 "발암물질의 상관성이 얼마만큼 증명됐느냐가 판단 기준"이라며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1군, 의심이 강하게 드는 군은 연구 근거 정도에 따라 2A군과 2B군, 위험성이 약하다면 3군과 4군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1급 발암물질'로 칭했는데, 전문가들은 '1군 발암물질'로 정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HO가 '발암물질'이라고 급(grade)을 매겨 위해 정도를 평가한 게 아니라 '발암 가능성이 증명된' 군(group)을 분류한 것임에도 과장된 공포가 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광석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공기 중 미세먼지도 1군에 속하지만 일상적인 활동을 하지 않느냐"며 “발암 가능성이 증명됐다고 해서 모두 암에 걸리는 게 아니라 섭취 양과 횟수가 중요하므로 적당한 수준의 섭취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베이컨. 게티이미지뱅크
베이컨. 게티이미지뱅크

2. 맛있는 햄, 무엇이 문제인가

WHO는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로 높아지고, 붉은 고기는 매일 100g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7%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가공육 제조에 쓰이는 보존제 등 첨가물이 문제인지 육류 자체가 문제인지 등 구체적인 원인과 데이터는 발표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공육에 제기된 문제는 크게 식품첨가물, 염분, 조리법 등이 있다. WHO의 발표 이후 가공육의 식품첨가물인 ‘아질산나트륨’ 유해 논란이 거세지만 지켜봐야 할 문제다. 아질산나트륨은 발색 및 식중독을 억제하는 첨가물인데, 단백질속 ‘아민’과 결합해 강력한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생성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아질산나트륨은 소량을 사용할 경우 식중독균 등 미생물번식을 억제, 식품의 보관을 용이하게 해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백형희 단국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가공육 속 아질산나트륨을 가열하면 니트로사민이 나오는데 니트로사민은 이미 WHO에서 2군 발암물질로 분류돼 그간 아질산나트륨의 유해 가능성이 제기 됐던 것이지 새롭게 유해성이 입증된 게 아니다”며 “가공육의 위험성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어서 아질산나트륨만의 문제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3. 햄도 고기도 ‘조리법’이 문제?

WHO는 이번 발표에서 가공육과 육류의 조리법에 대한 조언을 했다. IARC는 “바비큐나 프라이팬에서 요리할 때처럼 높은 온도나 직접 뜨거운 불판과 불꽃에 접촉하면서 조리하면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벤조피렌 등)나 헤테로사이클릭아민 등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생성된다"면서도 "요리방법과 암 유발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릴 만큼의 충분한 자료가 없다”고 했다.

어쨌든, 문제는 조리법인 셈이다. 발암 의심 화학물질은 고기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고기가 불에 타면 단백질이나 아미노산이 변성을 일으켜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이 생기고, 고기를 구울 때 기름이 불꽃에 떨어져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면 까만 연기가 고기에 붙는 데 이때 벤조피렌이 생긴다”며 “베이컨을 기름에 튀기듯이 구워 먹거나 스테이크나 삼겹살을 불에 태워 먹는 게 좋지 않은 조리법”이라고 말했다.

‘가공육과 고기를 얼마나 먹어야 안전할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암연구재단(World Cancer Research Fund)은 매주 붉은 고기 요리 섭취를 500g (혹은 생고기로 700g)으로 제한할 것을 권한 바 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WHO의 발표 이후 한국인의 식생활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4. "대장암 예방의 시작은 균형 잡힌 식단"

WHO가 근거 자료로 삼은 논문처럼 육식과 대장·직장암과의 관련 위험성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김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장은 "대장암의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가 육류 과다섭취"라며 "붉은 고기에 들어있는 철분의 일종인 헴철(Heme iron)이 장 점막에서 유전자 변화를 일으켜 암이 발생하게 되는데, 대장은 소화된 음식이 지나가고 머무는 장소여서 헴철이나 헤테로사이클릭아민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권에 비해 육류 섭취량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대장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 김 외과장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했던 과거와 달리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육류 섭취가 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지만 진단기술의 발달로 발병률이 높아진 점도 있다”면서 “육식을 할 땐 발암 위험을 줄여주는 비타민D 엽산 칼슘 섬유질 등을 함께 섭취하는 등 균형잡힌 식단으로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공육 섭취로 인한 암 발병 위험율은 얼마나 될까. WHO에 따르면 매년 3만4,000명의 암환자들은 가공육을 많이 섭취했기 때문에 사망했다. 흡연으로 인한 암 발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100만명, 술은 60만명인 것과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있다. 백 교수는 “가공육이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됐다고 해서 가공육 섭취가 흡연이나 석면만큼 위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붉은 고기는 양질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중요 영양 공급원인 만큼, 기본 영양소를 고루 갖춰 균형 있는 식사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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