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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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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불가피하다

입력
2018.03.15 19: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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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15일 오전 귀가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밤샘조사 내용을 토대로 신병처리 방향과 시기를 놓고 숙고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조만간 수사 결과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재가를 받는다. 법과 원칙에 따른 신속한 결정을 기대한다.

이번 사건은 전직 대통령 수사라는 점에서 방향 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영장청구 요건 등 법리적 측면은 물론이고, 정치적 파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도주 우려가 없는 전직 대통령을 굳이 구속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미 구속된 상황에서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을 연달아 구속하는 게 문재인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 등에서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는 모양새다. 만약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정치보복에 따른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검찰로서는 이 모든 가능성을 면밀히 따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죄질은 정치적 고려를 훨씬 뛰어넘는다.

형사소송법상 판사가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는 도주 우려와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한다. 판사는 이 중 한 가지에만 해당해도 영장을 발부할 수 있으며, 검찰도 이런 기준을 감안해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한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도주 가능성은 없지만, 혐의가 워낙 중대하다. 100억 원대 뇌물 혐의에 350억 원대 횡령, 수십 억대 조세포탈 등 현재의 혐의만도 20여 개에 이른다. 통상 판사는 혐의가 인정되는데도 피의자가 부인하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를 넘어 다스 실소유주 관련 문건은 “조작됐다”고 하고 과거 측근들의 진술에 대해서는 “처벌을 경감 받기 위한 허위진술”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노골적 사익추구 혐의와 검찰 조사에 임한 태도는 국민적 지탄을 받을지언정, 연민의 여지가 없다. 공범들이 이미 구속된 마당에 주범에게만 온정을 베푸는 것도 균형을 잃은 처사다. 이래저래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해서, 검찰이 더 이상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대다수 국민 정서도 그러하다니, 이번에야말로 검찰이 전직 대통령의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죄해 마땅하다. 이 땅에 법과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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