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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극심... 4대강 물 사용 미적댈 시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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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극심... 4대강 물 사용 미적댈 시간 없다”

입력
2015.11.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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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지류ㆍ지천 정비사업 정쟁에서 분리해내야

가뭄 컨트롤타워 구축, 누수관리 등 수자원대책도 필요

가뭄을 겪는 충남 보령댐에 금강물을 공급하고자 추진되는 도수로 설치공사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다. 국토교통부 제공
가뭄을 겪는 충남 보령댐에 금강물을 공급하고자 추진되는 도수로 설치공사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다. 국토교통부 제공

42년 만의 혹독한 가뭄 탓에 주말 단비에도 불구하고 전국 18개 다목점댐 저수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엄청난 재앙이 몰아칠 수 있다는 경고들이 잇따르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4대강 정쟁에만 파묻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4대강 정쟁과 물 사용 문제를 분리해서 보다 객관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4대강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부는 최악의 가뭄이 올해 전국을 덮치자 ‘4대강 보 활용’을 단기 대응책으로 내놨다. 그렇게 4대강 물의 가뭄대책 활용 첫 사례인 ‘금강 백제보-보령댐 도수로 설치 사업’이 지난달 30일 첫 삽을 떴다. 충남 서북부 지역의 유일한 광역상수원인 보령댐(저수율 22.2%)이 내년 3월 바닥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정부가 625억원의 재정을 투입한 것이다.

하지만 백제보와 달리 다른 4대강 물과 보의 활용은 내년 하반기 관련 용역의 결과가 나오면 그 이후 대책을 내놓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4대강’이라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최대한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까지 결정을 늦추는 건 책임 방기에 가까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4대강 후속 사업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과는 별개로 지류ㆍ지천 정비 사업을 떼어내 신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윤춘경 건국대 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현재로서는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물그릇’이 4대강밖에 없기 때문에 수자원 확보 차원에서는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게 맞다”며 “장기적으로 보자면 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지만, 당장은 있는 물그릇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4대강 16개보와 저수지에는 팔당댐의 5배에 달하는 11억7,000만톤의 물이 저장돼 있지만, 도수관로 등이 없어 이중 사용할 수 있는 물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주헌 중부대 토목공학과 교수 역시 “지금이라도 정비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후회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 투입된 상황에서 지류ㆍ지천 정비사업을 모두 마치려면 20조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4대강 물을 가뭄지역으로 연결하는 도수로 공사에만도 1조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조원, 수십조원의 비용에 비해 실제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것”(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4대강 후속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추가 비용 총액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는 것일 뿐, 필요한 곳부터 단계별로 진행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들이 상당수다. 윤춘경 교수는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조 단위가 넘어가기 때문에 비용 문제를 따져선 안 된다”며 “가뭄 극심지역부터 차근차근 도수로 연결 등 사업을 벌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병만 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역시 “백제보처럼 가뭄이 심각한 지역 위주로 도수로 연결사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컨트롤타워 세우고 새는 물 잡아야

4대강 활용을 둘러싸고는 서로 미묘한 견해차를 보이는 전문가들도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수자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시급한 건 가뭄을 총괄 연구하는 컨트롤타워의 수립이다. 현재 광역상수도와 공업용수는 국토부가, 농업용수는 농식품부가, 지방상수도는 환경부가 각각 관리하고 있다. 이주헌 교수는 “가뭄은 매우 복잡한 자연현상이라 기상, 수자원, 농업 전문가가 다 필요한데 현재는 관련부처와 기관들이 제각각 연구 발주를 하며 따로 대책을 강구하는 상황”이라며 “각 지역마다 저수지 수, 하천수위, 용수공급 등 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며 위기 시엔 공동활용을 할 수 있도록 하나의 통합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누수관리도 더는 미룰 수 없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가뭄의 최전선에 있는 충남 서북부 지역의 누수율은 평균 35.5%나 된다. 보령댐에서 각 가정 수도관으로 보내는 16만1,800톤 가운데 5만6,640톤이 새고 있는 셈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수도관 파손과 오접 등으로 누수가 심각한데도 교체사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자체가 돈 부족을 이유로 자체 예산으로 보수 및 관리를 해야 하는 지방상수도 사업은 줄이고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광역상수도(다목적댐)에만 의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김주리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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