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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vs 세무사 ‘세무조정 1조원 시장’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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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vs 세무사 ‘세무조정 1조원 시장’ 밥그릇 싸움

입력
2015.11.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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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정계산서 작성 권한 놓고 치열한 다툼

변호사 “우리도 할 수 있다” vs 세무사 “우리 고유 영역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개인사업자나 법인이 세무신고를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 권한을 두고 세무사와 변호사 업계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세무조정계산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가 세법 규정에 따라 계산한 회계 서류. 현재는 세무사나 등록된 공인회계사 및 변호사만이 작성할 수 있는데, 관련 시장 규모가 연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변호사 업계는 변호사들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시장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세무사 측에서는 전문가인 세무사만의 고유 영역이라고 맞서고 있다.

세무사, 변호사 서로 우리가 적임자

10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의 주장이 맞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8월 내려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대구의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이 법무법인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을 거부해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이었다. 현행 소득ㆍ법인세법 시행령은 세무조정계산서를 세무사(등록된 회계사와 변호사 포함)만이 작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변호사에게는 세무사 자격이 주어지지만, 법무법인 등에서 세무 업무 외 수익을 얻는 변호사는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없다. 자격은 있는데 실질적으로 세무 업무는 할 수 없도록 막아놓은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세무조정계산서를 외부 세무사에게 맡기도록 강제하는 것은 국민의 권익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행령의 상위법인 소득ㆍ법인세법에는 세무조정계산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인데 시행령에서 작성 권한을 세무사로 한정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변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상위법에서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은 시행령에 따른다’는 등의 위임 규정도 없이 시행령에서 자격을 제한한 것은 위임 권한을 넘어선다는 지적이었다.

양 업계는 이 판결에 대해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변호사 업계는 세무사에게만 권한을 주는 것이 납세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법원이 명백히 지적한 이상 변호사들에게도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그 동안 세무조정에 참여할 수 없었던 법무법인들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무사들은 변호사들이 법원 판결을 입맛에 따라 왜곡, 해석하고 있다고 맞선다. 세무법인 소속의 한 세무사는 “법원 판결은 세무사에게만 맡기는 게 위법이라는 게 아니고, 법에 명확한 규정을 만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 시장이 어려우니 세무대리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라는 불쾌감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국회 정부개정안 상정 논의, 치열한 물밑 대결

양측의 갈등은 지난달 21일 법원이 내린 판결로 이어졌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세무사 등록 거부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이었는데, 서울고등법원이 “세무 업무를 하는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의 등록을 금지할 이유가 없다”며 변호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변호사와 법무법인의 세무 업무를 불합리하게 막으려는 움직임에 쐐기를 박은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변호사들은 모두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세무사협회는 “아직 대법원에서 확정되지 않은 판결로 상고심에 가면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양측의 갈등은 국회로 이어졌다. 10일부터 시작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법인ㆍ소득세법 개정안이 상정돼 심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8월 대법원의 판결 이후 법인ㆍ소득세법에 세무사(등록 회계사와 변호사 포함)가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한 개정안을 제출했다. 세무사 측은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도록, 변호사 업계는 법무법인과 변호사도 세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내용이 수정되도록 국회를 상대로 적극 물밑 싸움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단은 세무조정 제도 자체 문제보다는 법에 명시적으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 취지라고 보고 개정안을 제출했다”면서 “결국 국회에서 논의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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