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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보는 세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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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보는 세 개의 시선

입력
2015.07.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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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작가와 해외 사진작가

서울시립미술관 '북한 프로젝트' 展

영국 사진작가 닉 댄지거가 촬영한 평양 창광체육센터 내 여성미용실. 파마모자를 쓴 손님들의 모습은 우리네 옛날 미용실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Nick Danziger·NB Pictures for the British Council
영국 사진작가 닉 댄지거가 촬영한 평양 창광체육센터 내 여성미용실. 파마모자를 쓴 손님들의 모습은 우리네 옛날 미용실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Nick Danziger·NB Pictures for the British Council

온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시대에 북한만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극도로 통제된 이 사회를 비틀어보거나 뒤집어볼 수 있는 게 예술의 역할이련만 예술적 접근이나 교류도 제한적이다. 북한 작가들의 회화와 북한을 소재로 삼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기획전 서울시립미술관의 ‘북한 프로젝트’는 드물게 북한 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다.

이 전시회는 북한 작가들의 작품, 북한을 촬영한 해외 작가들의 사진, 북한을 상상해 표현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의 세 묶음으로 구성됐다. 우선 북한 작가들이 그린 유화와 포스터, 북한 정부가 발행한 우표 등에서 선전선동에 복무하는 사회주의적 예술의 특징을 단적으로 볼 수 있다. 네덜란드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에서 가져온 76점의 유화는, 1992년 예술의전당 ‘그리운 산하’전 등에서 소개된 북한 미술이 정치성 없는 풍경화였던 것과 달리 주로 인물화들이다. 밝은 색감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이상적으로 그린 이 유화들은 북한에서 추구하는 ‘조선화적인 유화’로 꼽힌다.

2010년 이후 북한을 촬영한 해외 작가들의 다큐멘터리 사진들은 북한의 현실에 카메라를 대고 북한 삶의 이중적 층위를 드러낸다. 네덜란드 에도 하트먼이 찍은 2014년 평양의 구조물과 기념비는 영화 촬영 세트장처럼 정치적 목적으로 지어진 텅빈 공간으로 부각되고, 중국 왕궈펑이 가로 7.55m의 거대한 사진으로 담아낸 2012년 김일성 생일 기념 아리랑 축제는 정치 선전 행사의 압도적인 규모를 전달한다. 반면 영국인 닉 댄지거가 포착한 북한 주민들의 일상은 이런 통제와 동원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파마모자를 뒤집어쓰고 미용실에 둘러앉은 여성들이나 원산 앞바다에서 수영복을 입고 공놀이를 하는 젊은이들, 사리원의 한 농가에서 손주들 공부를 가르치는 할아버지는 한국에서도 만날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댄지거는 자신의 사진 34점이 의미하는 바를 이렇게 요약했다. “휴전선 북쪽에도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단지 시간이 멈춰 있을 뿐입니다.”

북한을 소재로 활용한 7명 한국 작가들은 예술을 통한 남북의 화합을 모색한다. 강익중의 ‘금수강산’은 작가가 임진강에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꿈의 다리’에서 파생된 작품이다. 임진강을 상징하는 동그라미 모양의 시냇물 주위로 남북한의 모든 산을 상징하는 7m의 반원형 벽을 둘러 세웠다. 시냇물에는 70개의 작은 달항아리들이 떠다니는데, 이 달항아리는 두 개가 위아래로 붙어 하나가 된 형태다. 강익중은 “작은 점들이 모여 큰 동그라미를 이루고 동그라미는 상처 난 우리를 감싸고 보듬는다”며 남북한이 하나가 되는 소망을 표현했다. 전소정의 ‘먼저 온 미래’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과 남한 피아니스트 엄은경이 함께 곡을 만드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다. 성장 배경도, 주로 연주해온 음악도 다른 두 사람은 각자 예술관을 고집하며 신경전을 벌이지만 북한 민요 ‘용강기나리’와 남한 동요 ‘엄마와 누나야’를 주 선율로 하나의 곡 ‘시나브로’를 완성한다. 시간은 들겠지만 대화를 통해 남북이 가까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9월 29일까지. (02)2124-8800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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