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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자연인’ 박근혜의 사저 생활

입력
2017.03.1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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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삼남매는 우애가 깊었다. 1979년 11월21일 아침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숨진 지 한 달도 안돼 삼남매는 유년시절을 보냈던 서울 신당동 집으로 향했다. 청와대를 떠나기 앞서 차려진 밥상을 두고 누구도 수저를 뜨지 못했다고 한다. 근령씨는 언니 등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 후 삼남매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지만씨는 히로뽕 상습 복용으로 여러 번 구속됐고, 근령씨는 첫 결혼에 실패하고 한동안 한국을 떠났다.

▦ 다정했던 삼남매 관계가 틀어진 건 육영재단 소유권 다툼이 발단이었다. 재단 이사장을 맡은 박 전 대통령이 고문으로 최태민을 임명하면서였다. 동생들은 “최태민이 재단을 좌지우지하며 망친다”고 반발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최태민에게 철저히 속은 언니를 구해달라”는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근령씨가 재단 이사장에 취임했지만 이번엔 근령씨와 지만씨 간에 분란이 생겼다. 박 전 대통령이 근령씨와 현 공화당 총재인 신동욱씨의 재혼에 반대하면서 자매 사이는 더 벌어졌다.

▦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동생들과 철저하게 거리를 뒀다. 근령ㆍ지만씨는 대통령과 관련된 행사에 일절 참석하지 못했다. 청와대의 직계가족 감시가 심해져 지만씨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항의를 하고 ‘문고리 3인방’과의 갈등설도 흘러나왔다. 그땐 이미 최순실이 박근혜를 온전히 사로잡고 있었다. 수십 년간 공주마마처럼 수발을 들어준 최순실 없는 삶은 박근혜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박근혜는 ‘박씨 일가’가 아닌 ‘최씨 일가’의 한 사람이 돼있었다.

▦ 12일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 ‘자연인 박근혜’가 생활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최순실은 감옥에 있고 비서진 혜택마저 박탈돼 시중을 들 사람도 마땅치 않다. 최씨 일가 외엔 사람을 멀리한 탓에 사저는 인적이 끊긴 적막강산이 될 듯하다. 모든 것을 잃은 박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제뿐이다. 지만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누나의 안전이 가장 걱정”이라며 “이번 기회에 최순실과의 인연을 확실히 끊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근령씨도 “언니가 불쌍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망친 최순실씨와 절연하고 동생들을 품에 안을 수 있을까.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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