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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운호 항소심' 배당 부장판사, 브로커와 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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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운호 항소심' 배당 부장판사, 브로커와 해외여행

입력
2016.04.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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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로비 연루 현직 부장판사

작년 브로커와 7박 9일 해외여행

법조비리 전담 재판부 만든 법원

법조계, 어떤 조치 취할지 주목

변협 회장 “즉각 수사 착수해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뉴시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뉴시스

해외원정 도박으로 수감 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항소심 첫 배당을 받았던 현직 부장판사가 유명 법조브로커로 알려진 남성과 동반 해외여행을 다닌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브로커와의 저녁 자리에서 정 대표 구명 로비를 받은 데 이어 잇따라 브로커와의 접촉이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 판사가 속한 서울중앙지법은 브로커 등 법조비리에 엄정대응 방침을 밝혀왔는데 정작 형사부 판사가 브로커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L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11시 정모(64)씨와 함께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행 항공기를 타고 7박 9일 일정의 여행을 떠났다. L 부장판사는 여행 동안 정씨 집에 머물며 관광을 즐겼다고 했다.

정씨는 자칭 골프강사지만 전력이 심상치 않다. 그는 속칭 ‘호구’를 잡아 중국 골프관광을 제안한 뒤, 공범들과 함께 호텔 연회장을 임차해 정규시설로 위장한 카지노로 데려가 도박을 하게 하고 도박 빚을 대신 갚는 것처럼 사기도박을 벌여 5억원을 뜯어내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형을 받았다. 다른 형사사건에선 골프 ‘초짜’로 타수를 속이고 재력가와 라운딩을 하면서 사기 골프를 쳐서 3,0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법조계에서 정씨는 브로커로 통한다. L 부장판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정씨에게 골프를 배우면서 그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L 부장판사는 “다른 일을 하는지 몰랐고 청탁을 받거나 자문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여행에서 정씨에게 골프 접대를 받지 않았다. 경비도 함께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본보 확인 결과, L 부장판사는 본인 카드로 지난해 9월 7일 항공권을 끊었다. 하지만 현지 경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L 부장판사는 지난해 말 브로커 이모(56)씨와 서울 강남의 일식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셨다. 이씨는 공사대금 27억원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4년형을 받은 인물로 L 부장판사와는 2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 그는 현직 판사들의 이름을 대면서 친분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 측에서 나온 일명 ‘로비꾼 리스트’ 메모에도 그의 실명이 등장한다.

법조계는 서울중앙지법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지난해 전관예우 등 국민의 사법불신 우려를 해소하려 ‘연고재판’ 회피 방안을 구체화해 시행 중이고, 이달 초에는 법조비리에 강력 대응한다며 전담 재판부 3곳을 신설했다. 재경법원 한 부장판사는 “정운호 사태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료와 로비 논란에 이어 현직 부장판사의 부적절한 처신까지 드러나 사법부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말로만 떠돌던 판사와 브로커의 밀착이 드러난 사건으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므로 즉각 이들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가 이번 파문과 별개로 이씨에 대해 수사 중인 사실도 드러났다. 이씨는 사건 알선 명목으로 9억원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는데, 올해 초 검찰 수사망이 조여오자 잠적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정 대표를 둘러싼 논란과는 관계 없이, 이전부터 내사해 왔던 사건”이라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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