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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ㆍ팔, 4년 만에 최악 유혈사태… 미국은 유엔 조사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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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ㆍ팔, 4년 만에 최악 유혈사태… 미국은 유엔 조사 거부

입력
2018.04.01 17: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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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땅의 날’ 시위에

이스라엘, 탱크ㆍ저격병 동원 공격

최소 17명 숨지고 1400명 부상

이스라엘 “국경 침입한 폭도” 입장

팔레스타인 “美가 면죄부 줘” 반발

美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도 변수

팔레스타인 주민 수 천명이 30일 가자지구 보안 장벽 근처에 모여 이스라엘의 영토 점유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철책 너머 이스라엘 군대의 탱크와 무장한 병력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스라엘 군의 무력 진압으로 17명이 사망하고 1,400여명이 부상당했다. 가자=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주민 수 천명이 30일 가자지구 보안 장벽 근처에 모여 이스라엘의 영토 점유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철책 너머 이스라엘 군대의 탱크와 무장한 병력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스라엘 군의 무력 진압으로 17명이 사망하고 1,400여명이 부상당했다. 가자=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노골적인 친 이스라엘 행보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양측 충돌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했지만, 미국은 중재에 나서기는커녕 사태를 방관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의 무력 진압으로 불거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유혈 사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진상 조사 요구를 미국이 거부한 게 단적인 예다. 사실상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을 눈 감아 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5월은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아랍권 국가를 대표하는 쿠웨이트 주도로 긴급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가자 접경지대에서 발생한 유혈 사태 즉각 중단 ▦이스라엘 군의 총격 등 무장 공격에 대한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 초안을 작성했다. 하지만 미국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다. 초안에는 “민간인을 보호하고, 평화로운 시위의 권리를 재확인한다”는 내용도 담겼는데, 미국이 제동을 건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를 무장세력과 폭도에 의한 국경 침해 사태로 보고 무력사용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아비그도르 리버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일 군 라디오방송을 통해 “이스라엘 군인들은 필요한 일을 했다”라며 국제사회의 조사 요구를 일축했다.

앞서 팔레스타인 주민 3만여명은 이스라엘에 의한 영토 점거에 항의하다 숨진 희생자들을 기념하는 ‘땅의 날(Land Day)’을 맞아 가자 지구 보안장벽 근처에서 시위를 벌이다 탱크와 100여명의 저격병을 배치한 이스라엘 군의 공격을 받아 최소 17명이 사망하고, 1,400여명이 부상당했다. 외신들은 지난 2014년 2,000여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낸 ‘50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유혈 사태라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은 미국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 성명이 무산되자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에 면죄부를 주는 조치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 행위를 독려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스라엘 군부가 무장하지 않은 채 평화 시위에 나선 민간인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고 최루탄을 쏘았다며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게 팔레스타인 측 입장이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19살 팔레스타인 소년이 이스라엘 군 총격을 피해 도망치다가 쓰러진 유튜브 영상을 게재하며 “소년은 무장단체 소속도 아니며, 이스라엘 국경으로 향하지도 않았다”고 이스라엘 군의 과잉 대응을 지적했다.

양측이 강경 대응을 천명한 만큼 추가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앞으로 6주 간 가자지구 등에서 반(反) 이스라엘 행진을 하겠다고 예고했고, 이스라엘 정부 역시 추가 대응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스라엘 건국 70주년(5월 14일)에 맞춰 예루살렘에서 문을 여는 미국 대사관 개소식 행사는 충돌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신들은 미국의 노골적인 이스라엘 편들기가 중동 내 반(反) 이스라엘 세력을 자극해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디언은 “가자 지구의 폭력 사태가 지속되고 확대되면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인 레바논의 과격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직접 개입할 수 있다”며 “가자 지구의 이번 충돌 사태가 중동 전역 갈등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 자체보다는, 중동지역 헤게모니를 장악한 이란과 이를 저지하려는 이스라엘-미국 연합 간의 대립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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