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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노력했지만 7,000억원 못 맞춘 한진그룹, 운명은 이제 채권단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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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노력했지만 7,000억원 못 맞춘 한진그룹, 운명은 이제 채권단 손에

입력
2016.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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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갈림길에 선 한진해운이 25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5,000억원대의 추가 자구안을 제출했다. 채권단이 요구한 최소 운영자금 7,000억원에 비해 2,000억원 가까이 부족한 액수다. 채권단은 “한진 스스로 부족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이 경우 우리나라 해운업계 등에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우려된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산업은행에 용선료 재조정 협상 잠정 결과와 유동성 확보 방안 등을 포함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한진 측은 막판까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채권단이 요구한 수준의 자금은 마련하지 못했다. 다만 한진측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방안은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향후 1년6개월 동안 한진해운에 필요한 자금을 1조~1조2,000억원,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재조정 및 선박금융 채무상환 유예 협상 등에 성공할 경우에는 최소 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채권단 공동관리(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간 지난 4월 제출한 자구계획(4,112억원)과는 별도다.

그동안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유상증자 등을 통해 최대 4,000억원의 추가 지원 의사를 밝혔다. 자율협약이 한 달 연장되며 시간이 더 주어졌지만 추가된 것은 기존에 채권단과 협의한 미국 롱비치터미널 미래 매출 채권 유동화와 조 회장 사재 출연 등을 합쳐 1,000억원 남짓에 그쳤다. 뾰족한 추가 지원 방안이 거의 없는 셈이다. ‘법정관리는 피하고 싶지만 가진 카드는 이것뿐이니, 이제 채권단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달 4일 자율협약 종료 시한을 앞두고 채권단 요구에 못 미치는 자구안을 내놓은 것은 해운업계에선 어느 정도 예상한 시나리오다. 2년 전 최은영 전 회장에게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겨받은 조 회장은 대한항공 등 계열사를 동원해 이미 1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그러나 결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해운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한 자금 지원을 계속할 경우 그룹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한진 측이 먼저 한진해운을 포기할 수도 없다. 스스로 주저앉으면 한진해운 파산이 불러 올 대량 실직과 관련 업계 피해, 부산항 물동량 감소로 인한 사회적 비난 등을 모두 짊어져야 한다. 한진측이 추가 자구안 마련과 그룹 총수의 고통 분담 등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준 이유다. 이제 한진해운의 생사 여탈권을 쥔 채권단이 이 고민을 떠안게 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만약 한진해운이 파산한다면 기존 물동량과 영업망 등 유무형의 자산은 현대상선 등 남은 우리 해운사가 가져가는 게 아니라 자금력을 갖춘 머스크와 MSC 등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의 차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은은 한진해운의 최종 자구안이 들어온 만큼 26일 곧바로 채권단 회의를 소집하고 자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시간을 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한진해운에 대한 후속조치를 결정할 것”이라며 “늦어도 다음주 초엔 한진해운의 운명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애초 강조했던 대로 한진해운의 부족 자금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진해운 자구안을 검토한 채권단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겠지만 한진해운 스스로 부족 자금을 모두 마련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한진해운이 고심을 거듭해 자구안을 낸 만큼 한진이 제시한 내용들을 충분히 검토한 뒤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의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해 경영정상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채권단은 한진해운을 상대로 출자전환을 포함한 금융지원을 해 주게 된다.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진 빚은 대략 1조원 정도다. 반면 채권단이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내기로 결정하면 내달 4일까지 조건부 자율협약 시한이 남아 있는 것과 상관없이 곧바로 채권단 구조조정 절차가 종료된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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