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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진심 담긴 연설로 큰 홈런" 美언론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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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진심 담긴 연설로 큰 홈런" 美언론 극찬

입력
2016.07.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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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25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25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이 연설을 듣고 감동을 받지 않는다면, 병원에 가야 한다.”

전당대회에서 남편 이외 후보를 지지한 첫 미국 ‘퍼스트 레이디’로 기록된 미셸 오바마 여사가 25일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마치자, CNN방송 해설자가 내놓은 말이다. 전당대회 중계방송을 마친 뒤 CNN이 이튿날 새벽까지 연설문 해설ㆍ분석 방송을 내보낼 정도로 미셸 여사의 연설은 호평을 받았다.

미셸 여사는 8년 전 남편을 소개했을 때와 똑같이 이번에도 미국인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평범한 미국 가정이 중시하는 ‘가족ㆍ자녀’가치를 언급하며, 11월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대선은 다가올 4년 혹은 8년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할 사람을 뽑는 선거입니다. 미국 어린이들을 위해 힐러리가 평생 헌신하는 모습을 보아온 나로서는 그가 적임자라고 믿습니다.”

미셸 여사는 클린턴 전 장관의 품성도 극찬했다. “8년 전 경선에서 패했을 때도 분노하지 않았고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짐 싸서 집에 가는 대신 공직자로 봉사했습니다. 바로 그 일이 실망으로 좌절하거나 작은 욕망을 채우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미셀 여사 연설이 극찬을 받은 건 진심이 느껴지고, ‘옳음이 나쁜 것을 이긴다’는 자신감이 넘쳐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의 영부인은 “노예들의 중노동으로 세워진 건물(백악관)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 아이들이 잔디 밭에서 뛰노는 걸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 아들딸들은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에 살게 됐습니다”라고 말한 뒤에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백인ㆍ남성 위주 미국 사회에서 인종과 성별 기준 모두에서 차별 받는 흑인 여성으로 지나온 삶과 사회 진보에 대한 감정이 북받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이 가장 주목한 대목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점잖게 간접적으로 공격한 대목이다. 미셸 여사는 “버락과 나는 매일 우리 두 딸에게 아버지(오바마 대통령)의 국적과 종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TV 속의 거친 행동과 언어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가르치고 있습니다”라며 막말로 선동하는 트럼프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우리 부부의 맞대응이 똑같을 순 없지요. 우리 좌우명은 ‘저들이 낮게(반칙ㆍ비방) 나와도, 우리는 높게(당당하게) 간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부분에서 클린턴과 샌더스로 나뉘어 반목하던 전당대회 참가자들은 모두 일어나 큰 박수를 보냈다.

CNN은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말하고도, 야유를 받지 않은 건 미셸 여사가 유일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전당대회 첫날의 최대 승자로 미셸 여사를 꼽았다. 이 신문은 “멋진 홈런을 쳤다. 자녀 양육 같은 일상의 개인경험을 소재로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자연스레 이끌어 냈다. 남은 3일간의 전당대회 중 연설을 더 잘할 사람이 나올 것 같지 않다’고 극찬했다.

미셸 여사 뒤에는 ‘진보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엘리자베스 워렌(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등장해 ‘우먼 파워’를 과시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택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운을 뗀 뒤 트럼프와 클린턴의 장단점을 비교했다. “한 쪽은 아버지로부터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뒤 사람들을 속이고 빚을 교묘히 갚지 않는 방식으로 재산을 유지해 온 인물로, 평생 누군가를 위해 어떤 것도 희생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트럼프를 공격했다. 대신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서는 “다른 한쪽은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강하며 결연한 사람으로, 아동과 여성, 건강보험, 인권,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싸우는 여성”이라고 치켜세웠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격정 연설로 클린턴 지지를 호소했다. 경선결과에 불복하는 지지자들을 달래려는 듯 “많은 사람이 실망한 것을 이해한다”고 밝힌 뒤, “(그러나) 나보다 더 실망한 사람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오늘 이 자리와 미 전역에 있는 모든 지지자는 우리가 획득한 역사적 성과물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이 중산층 이하 가구 학생에 대한 공립대학 등록금 면제, 의료보험ㆍ노인연금 확대 등 자신의 정책에 동의한 것을 성과의 사례로 꼽았다. 필라델피아=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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