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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희정 영장 기각, 사법 단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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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희정 영장 기각, 사법 단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

입력
2018.04.05 17:3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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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한 검찰 소명이 부족하고,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8일 1차 기각 이후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 부분에 대한 증거를 보강해 영장을 재청구한 검찰로선 체면을 구기게 됐다. 무엇보다 피해자인 안 전 지사의 전 정무비서 김지은씨 측과 미투 운동 진영의 당혹감이 클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낙담하거나 분개할 일은 아니다. 영장 기각이 안 전 지사에 대한 면죄부 발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에 대한 사법적 단죄 절차는 이제부터 시작이니 말이다.

검찰이 안 전 지사에게 적용한 혐의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피감독자 간음과 추행, 강제추행 등 3가지다. 그동안 법원은 단순 상하관계가 아닌 폭력, 협박 등이 수반된 행위에 대해서만 ‘업무상 위력’에 의한 피감독자 간음죄를 인정해왔다. 때문에 안 전 지사에 대한 두 차례 영장 기각은 검찰의 소명이 법원 눈높이에 이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법원이 피해자 입장보다 피의자 방어권을 더 고려한 듯 비쳐져 비난이 쏟아지지만, 그것은 법을 다루는 법원의 속성적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와 함께 미투 운동의 상징적 사건이 됐다. 구속영장은 기각됐다고 해도 검찰은 안 전 지사의 범죄 입증을 위해 작은 증거 하나라도 더 찾아내 보강하고 범죄 내용을 면밀히 재구성하는 등 공판 과정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더불어 안 전 지사의 여죄 수사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김씨에 이어 안 전 지사를 고소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 사건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인 만큼, 검찰은 안 전 지사 범죄의 상습성을 가리기 위해서라도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안 전 지사 영장 기각을 틈타 김씨에 대한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지금 온라인상에는 성폭력 피해자인 김씨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이나 왜곡된 정보를 퍼뜨려 여성과 미투 운동에 대한 오도된 인식과 편견을 자극하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 국민 46%가 “성폭력, 성추행 피해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본보 5일자)에서 보듯, 미투 운동 열기 속에 잠복해 있던 가부장적 성 관념과 여성 혐오가 원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는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하고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는 만큼 단연코 배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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