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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문화 융복합? 돈 따먹기 게임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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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문화 융복합? 돈 따먹기 게임에 불과”

입력
2016.11.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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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왼쪽)씨가 지난해 12월 서울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공사 현장을 김종덕(오른쪽) 당시 문체부 장관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차은택(왼쪽)씨가 지난해 12월 서울 청계천로 문화창조벤처단지 공사 현장을 김종덕(오른쪽) 당시 문체부 장관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융성’ ‘창조’ ‘융합’…. ‘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인 CF 감독 차은택(47)씨가 문화에다 가져다 붙인 이름이다. 차씨는 2014년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뒤 그 이듬해 미래부 산하 창조경제추진단에서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거쳤다. ‘창조’적인 ‘경제’도 정체를 알 수 없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문화’도 ‘창조’하고 ‘융합’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다. 하지만 여지껏 나타난 건 차씨나 그 지인들 회사의 먹을거리를 창조하고 융성하게 했다는 의혹 정도다.

문화에 ‘융ㆍ복합’이란 거창한 단어가 따라붙기 시작한 시초는 2000년대 중반 참여정부 시절 ‘다원예술’ 붐이었다. 문화예술 영역에 ‘퍼포먼스’ 개념이 도입되면서 춤, 음악, 그림, 소설 등 기존 장르 경계를 뛰어넘으면서 영상미디어 기법까지 결합시킨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났다. 해외와 달리 장르간 벽이 공고한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해 이들을 보호해주자는 차원에서 문화예술계는 이를 ‘다원’(Interdiciplinary)예술이라 칭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이었고, 그렇기에 정부가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했다.

이명박정부는 ‘다원’이 ‘융ㆍ복합’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의 힘이다. 배우 출신이어서 공연 쪽에 밝기도 했지만, 유 장관은 “유럽은 문화를 예술로 여기다 망했고, 미국은 문화를 산업으로 여겨 성공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상업적으로 세련된 무대를 더 선호하면서 나온 말이 융ㆍ복합이었던 셈이다.

‘융ㆍ복합’이 ‘다원’을 완전히 따돌린 건 박근혜정부 들어서다.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는 2005년 시작한 다원예술이나 융ㆍ복합예술 지원 프로그램을 2014년 중단했다. 문예위 관계자는 “이젠 모든 장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해 사업 조정과정에서 없앴다”고 말했다.

융ㆍ복합 장르의 장단점은 극명하다. 잘 만들면 전에 없는 새로운 연출이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면 그 순간 ‘여러 장르 짜깁기한 잡탕’이란 혹평을 피할 수 없다. 대표적 사례가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공연장을 찾아서 봤다는 차씨의 뮤지컬 ‘원데이’다. 2억원 지원 받아 견우와 직녀라는 전통설화에다 연극, 무용, 영화, 뮤지컬을 한데 섞어 만든 작품이라 했지만, 작품 자체는 “총체적 난국”이란 싸늘한 반응을 받았다.

차씨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이라는 것도 그렇다. 김성희 전 아시아문화의전당 예술감독은 “사업 신청서를 보니 결국 돈 어떻게 벌어올 것이냐는 얘기였다”면서 “그런 수준을 요구하니 진짜 예술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하는 융ㆍ복합 콘텐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융ㆍ복합, ‘K’자가 붙은 이런저런 시리즈를 내걸고 돈 벌자는 건 정부가 할 문화예술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문화계 관계자는 “문화예술정책을 논할 때마다 늘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이 나온다”면서 “지원이 필요한 이들은 블랙리스트니 뭐니 하면서 애써 지원을 끊어놓고 그 돈으로 차씨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의 주머니만 불려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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