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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70대 여성 "늙는 건 끔찍해" 스위스서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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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70대 여성 "늙는 건 끔찍해" 스위스서 안락사

입력
2015.08.0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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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건 암울하고 슬프다. 일반적으로 끔찍하다.”

간호사 출신의 건강한 70대 여성이 “절뚝거리며 다니는 노인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며 안락사를 택했다. 2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인디펜던트 등 영국 일간지는 영국 런던에서 지병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던 질 파라오(75)가 지난달 21일 스위스 바젤의 한 안락사 지원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 간호사 출신으로 노인을 간호하는 법에 대해 2권의 책을 쓰기도 했던 파라오는 죽기 전 인터뷰에서 “그간 노인들을 많이 보면서 내가 (인생의) 언덕을 넘어가는 나이가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가능할 때 스스로 삶을 끝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25년간 함께한 반려자와 두 자녀를 뒀던 그가 안락사를 결정하게 된 데는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면서 보고 느낀 것이 크게 작용했다. 파라오는 죽기 전 영국 일요신문 선데이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평생 노인들을 돌봐오면서 ‘나는 늙지 않겠다, 늙는 건 재미 없다’고 말해왔다”며 “이제 앞으로는 좋아지는 일이 없을 것이고 사람들이 보행기를 끌고 절뚝거리며 다니는 할머니로 나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두 자녀와 반려자는 어렵게 파라오의 결정을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오는 “두 딸 중 간호사가 있는데 ‘이성적으로는 어머니의 뜻을 알겠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두 달 전 자신의 블로그에도 스스로 삶을 끝내기로 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파라오는 “노인은 사회에 짐 같은 존재”라며 “어머니가 정신이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그때 약이 있었다면 어머니를 비참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했을 것이다. 어머니의 전철을 따르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그는 70세 이후 나이가 들면서 느낀 무기력감과 소외감을 자세히 쓰기도 했다.

파라오는 스위스로 떠나기 전 자녀들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렸고 스위스에서는 반려자와 라인강변에서 조용히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이달 중에 열릴 예정인 장례식 준비도 직접 준비했다. 마지막까지 파라오와 함께한 파트너 존은 “질이 안락사에 대해 몇 년간 고민해왔다”며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무겁게 대해서 질의 계획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락사가 금지된 영국에서는 최근 파라오처럼 안락사가 허용된 스위스로 가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취리히대 조사에 따르면 2008~2012년 사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 611명 중 20%에 해당하는 125명이 영국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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