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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가 충격까지 덮친 경제, 살얼음판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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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가 충격까지 덮친 경제, 살얼음판이 따로 없다

입력
2015.12.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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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경제여건이 점점 더 어두운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번에 불거진 악재는 저유가(低油價)다. 지난해 8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기준 배럴 당 100달러 이상이던 국제유가는 이후 급락세를 타며 지난 주말엔 30달러 대까지 추락했다. 더욱이 지난 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배럴 당 20 달러 이하 초저유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국제유가 급락세가 우리 경제에 불안한 수출과 금융시장의 위험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유가 상황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기본적으로 세계경제 저성장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전반적 하락 요인이 크다. 특히 원유는 공급과잉 우려가 크다. 전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9,400만 배럴인데 공급은 캐나다와 북미의 원유 생산량 증가 등으로 9,570만 배럴에 이르러 이미 공급초과다. 여기에 이번 OPEC 감산합의 실패의 원인인 이란과 러시아의 산유량 증대 의지에 따라 당분간 공급량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 미국이 조만간 금리인상을 하면 달러 강세에 따라 유가의 하락폭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유가 하락은 과거엔 원자재 가격인하 효과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번엔 석유화학 조선 건설 등 원유 생산 및 유통, 중동 지역 건설 관련 산업의 매출 감소를 통해 우선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 실제로 지난 달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은 지난해 대비 각각 36%, 24%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해외 건설 수주액이 지난해 570억 달러의 70% 수준인 406억 달러에 머문 것도 중동과 러시아 등 산유국 경기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더 걱정스러운 건 금융시장 불안이다. 유가 급락으로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러시아 등의 재정이 위험하고, 사우디아라비아조차 해외국채 발행으로 외자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동 오일머니의 U턴 현상이 두드러져 국내 증시에서도 사우디 투자자들만 최근 3개월 간 약 3조원을 팔아 치웠다. 문제는 신흥국이나 산유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달러 강세와 맞물려 신흥시장에서 유동성이 일시에 썰물처럼 빠져나가 1994~97년처럼 우리나라까지 금융위기 도미노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미국 금리인상과 유럽연합(EU)의 양적완화로 통화정책이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글로벌 다이버전스(Global divergence)’ 우려까지 증폭되는 상황이다. 당국은 어느 때보다 대내외 경제여건을 주시하면서 충격 대비 태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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