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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세계은행 김용 총재, 한국 멀리하는 이유

입력
2016.04.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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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김용 세계은행 총재
그림1 김용 세계은행 총재

‘한국이 세계를 지배한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말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당시 세계은행(WB) 총수로 한국계 김용 총재가 임명된 것에 대해 한국을 높이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유엔과 세계은행 모두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만큼 ‘한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은 당연히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또 국적을 따지더라도 반 총장은 한국 사람일지언정, 김 총재는 한국인이 결코 아닙니다.

실제로 요즘 WB 본부가 있는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는 김 총재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워싱턴을 찾는 한국 사람에 대한 차단 막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정감사 나온 한국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기관장 등이 김 총재 면담을 의례적으로 신청하는 바람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는 경우에는 아예 만나주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최근 워싱턴을 찾은 한 경제부처 관료의 요청도 거부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여는 행사의 격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주요 단체가 전화 연락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아예 받지도 않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사실 김 총재 취임 이후 한국의 일방적인 기대에도 불구, WB에서 김 총재 덕분에 한국인 직원의 위상이나 우리나라 이익이 높아진 건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전체 WB직원(1만4,989명) 중 한국인(83명) 비율은 0.55%로 총 자본금에서 한국이 출연한 자본금 비중(43억달러ㆍ1.66%)보다 훨씬 낮습니다.

한국인 직원의 고위직 진출도 여전히 미미합니다. 김 총재가 주도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WB를 물러난 한 관계자는 “김 총재 취임 직후에는 한국계 직원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됐으나,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만나면 유창한 한국말로 ‘선배님’이라고 깎듯이 모시는 건 ‘녹색성장펀드’와 같은 한국 정부의 사업기금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처럼 한국과 철저히 선을 긋는 김 총재가 5년 임기(2017년 7월 만료)를 1년 남긴 상황에서 세계은행 장기전략 수립을 다그치고 나서면서 연임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크리스틴 라 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이미 연임에 성공한 만큼 김 총재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2016년 미국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김 총재와 친분이 깊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취임 이후 계속된 개혁으로 김 총재에 대한 피로감이 극도로 높아진 일부 세계은행 직원들은 그의 연임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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